2007년 3월 6일 화요일

거울

난 사실 거울을 거의 보지 않는다.
거울을 보며 다듬어야 할 만큼 잘 생기지도 않았고 거울을 보며 정성을 들일 만큼 외모에 신경을 쓰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게 무슨 다른 사람의 시선에 초연한 그 무엇 때문은 절대 아니다. 그저 게으르고 귀찮아서일 뿐이다.

내가 그나마 거울을 보는 시간은 출근할 때와 퇴근할 때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혼자 타고 있을 때다.
신기하게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는 약속이나 한 것 처럼 다들 거울을 붙여 놓아서 시선을 조금만 돌려도 좋던 싫던 거울을 보게 된다.
그래서 이 시간에 이빨에 낀 고추가루는 없는지 보기도 하고 코털이 삐져나오진 않았는지 점검도 한다. 그나마 요즘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CCTV가 설치되어 잘 안한다.
얼마 전에 경비실에 맡겨진 택배 물건을 찾으러 갔다가 다른 사람들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게 경비실 모니터에 보였기 때문이다. 나도 똑같은 모습으로 비슷한 일을 하곤 했는데 남들이 하고 있는 것을 보니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

자신을 돌아보고 지나온 시간을 반성해야 사람이 큰다고들 하는데 아마 난 그런 걸 제대로 하고 살지 않아서 사람이 크질 못하는 모양이다.
지난 일들에 잘된 점과 잘못된 점을 돌이켜 실수를 했다면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잘된 일이 있다면 더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할텐데 난 아직 그런 일을 못하고 산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잘한 일"이 하나도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다.

내가 "이 다음"에 좀 크면 오늘 써놓은 이 글을 읽고 뭐라고 하게 될지 궁금하다.


(2007년 1월 8일 경, 경기 용인 죽전 집 엘리베이터 속에서, Lomo LC-A, Ilford Delta 400, Kodak D-76 자가 현상, Konica Minolta Scan Dual 4, Adobe Lightroom 1.0)

댓글 2개:

Unknown :

우연히 '용'사마님 블로그에 들어왔네요. 순간 기인같은 모습에 혹시 속세를 떠나신게 아닌가 -.,- 순간 긴장했답니다.

오랜만에 형수님 모습도 보고 좋네요^^

아 전 윤준호입니다. 늘 한결같은 멋진 모습 보여주세요^^

Unknown :

앗! 준호씨. 오랜만이에요.
어떻게 지내요... 잘 지내시죠?
결혼은 언제 하는지... ^^

진짜 술 한잔 해야하는데... 쩝...
미안해요. 맨날 시간도 못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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