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 25일 월요일

구름이 넘는 대관령, 구름과 함께 즐기기.

토요일 아침 늦게 일어나 게으름 피우며 친구와 함께 대관령으로 갔다.
큰 기대를 하지 않으며 갔지만 대관령은 구름과 함께 우리를 반겨줬고 대관령을 넘으며 가을 하늘을 즐기던 구름과 함께 차가운 공기를 즐겼다.
(2006년 9월 23일 토요일, 강원도 횡계 대관령 삼양 목장, Sigma SD10, Sigma 70-300mm 4-5.6 APO DG Macro)

구름이 넘어가는 모습도 보고 구름 사이로 진짜 가을 빛을 보기도 했다. 시원하게 지나는 바람도 느끼고...
(2006년 9월 23일 토요일, 강원도 횡계 대관령 삼양 목장, Sigma SD10, Sigma 12-24mm 4.5-5.6 EX DG)

구름 속에 선 저 큰 바람개비도 보고...
(2006년 9월 23일 토요일, 강원도 횡계 대관령 삼양 목장, Sigma SD10, Sigma 12-24mm 4.5-5.6 EX DG)

우연히도, 깊은 생각없이 찾은 곳에서 나는 내가 느끼지 못하던 초가을의 대관령을 즐겼다.
(2006년 9월 23일 토요일, 강원도 횡계 대관령 삼양 목장, Sigma SD10, Sigma 12-24mm 4.5-5.6 EX DG)

멀리 보이는 레이더 기지를 신기해하기도 하고...
(2006년 9월 23일 토요일, 강원도 횡계 대관령 삼양 목장, Sigma SD10, Sigma 70-300mm 4-5.6 APO DG Macro)

해가 지는 모습에 감탄하기도 하며...
(2006년 9월 23일 토요일, 강원도 횡계 대관령 삼양 목장, Sigma SD10, Sigma 24-70mm 2.8 EX DG)

아주, 아주 기분 좋게.
그리고,
약간 춥게.

시작된 가을을 즐기고 왔다.
(2006년 9월 23일 토요일, 강원도 횡계 대관령 삼양 목장, Sigma SD10, Sigma 24-70mm 2.8 EX DG) Posted by Picasa

혼자, 또 같이 사는 세상.

 그럭 저럭 친해진 사람이 한 사람 있다. 이 사람은 누구에게도 자기가 가진 감정을 그대로 내놓지 않는다. 무례해지지도, 다른 사람을 귀찮게 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즐겁게 아는 사람이 참 많은 사람이다.

그런데...
친구가 거의 없다.
속을 보이지 않아서, 자신의 아주 가까운 주변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친구가 많이 있질 않다.
이제는 헤어졌다는 이 사람의 과거 여자 친구도 그런 것들 때문에 많이 힘들어 했다고 하는데 도무지 고치지 못하는 모양이다.
아니 고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사실...
이 친구의 말도 맞다.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과 행동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아닌데...

그래서...
이 친구는 그냥 혼자 산다. 혼자 노는 것도 어려워하질 않고 혼자 괴로운 고민을 해결하는 것에 겁을 내지도 않는다. 주변 사람들이 즐거운 시간에만 자신을 찾는 것에도 익숙하고 사람들이 고민을 이야기하지 않는 것도 편하게 생각하며 주변 사람들이 고민을 이야기하는 것에도 마음 아파하지 않는다.

어쩌면...
늘 평상심을 유지하고 사는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실은 그렇지 못해보인다.

사람은...
헛점이 있어야 한다. 헛점이 있어야 다른 사람의 단점, 나쁜 점들이 튀어 나온 옹이처럼 있어도 그 옹이들, 가지들, 뿔들을 받아들일 수 있다. 자신이 가진 뿔들이 다른 사람의 헛점을 채워주는 것처럼.

이 친구, 참 "착하다". 세상을 바르게만 보며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선의를 찾아 즐거워하며 악의 없음에 감사한다.

이 친구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쉽고도 어려운 일을 빨리 배우길 바란다.
물이 너무 맑으면 그냥 바닥만을 보여줄 뿐이라는 것을 알길 바란다.

매일, 매일 농담하고 장난치고 상처 주기도 하지만 내가 많이 아끼고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2006년 9월 16일 토요일, 경기도 화성시 우음도, Sigma SA-9, Sigma 12-24mm 4.5-5.6 EX DG, Agfa Ultra Color 100 / 36 Exp., Konica Minolta Scan Dual 4) Posted by Picasa

2006년 9월 19일 화요일

오랜만에 만난 친구.

 내가 어린 시절, 그러니까 아마 1980년대 초반쯤엔 지금의 서울에도 이 친구가 참 많았다.
여기 저기 물이 고인 곳이라면 당연히 살고 있었으니까.

내가 초등학교(물론 당시엔 국민학교)에 입학하기 전 몇 년과 입학한 후 몇 년을 서울 강남 도곡동(맞다! 뉴스에 많이 나오는 그 비싼 동네 맞다. 그런데 우리 집은 비싸지기 전에 이사했다!! 그리고 이사 간 동네는 오르질 않았다.)에 살았는데 그 당시 양재천 건너는 모두 밭이었다. 양재천 건너기 전의, 그러니까 지금 타워팰리스라는 아파트가 위용도 찬란하게 서있는 그 곳 역시 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친구들과 맨날 양재천에 가서 고기 잡고, 개구리 잡고하며 놀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눈물나게 그리운 시간들이다.
어느 날엔가 맘먹고 개구리를 잡아 구워먹기로 한 날이 있었는데 잠깐 친구들 몇 명이랑 논과 양재천을 돌아다니며 사냥한 결과 커다란 비닐 봉지로 하나 가득 채웠었다.
그걸 먹을 방법도 별로 없었으면서 그렇게 많이 잡다니...
아무튼 잠깐 잡아도 커다란 비닐 봉지를 채울 수 있을만큼 개구리는 흔하고 많았다.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분명 "구워먹기로"라는 말에만 관심을 갖는 사람이 있어서 꼭 더 해야하는 말이 있긴하다.
남자들은 아마 다들 경험도 있고 동감하기도 할 것이다.
남자들(애들이건 어른이건)은 이상하게 몇 명이 모이면 뭔가 평소에 하지 못할, 평소엔 상상하지도 않을 일을 계획하게되고 또, 그걸 서로 말하면 그 일을 진짜로 하게된다.
말하는 자신 역시 그 일이 싫은데도 불구하고 그냥 한다.
그 개구리 사냥을 한 날 우리는 아파트 뒷 산(이 산도 지금은 없어졌다)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그 개구리 중 달랑 2마리를 구웠다(사실 1마리인지 2마리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는다). 그리고 싫어하면서도 한 입씩 먹었다(음, 그냥 씹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려나...).

그게 이상하게도 같이 저지르지 않으면 배신자가 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아마 남자들이면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배신자가 되기 싫어서 싫은 일을 한 경험이...

우린 그렇게 익지도 않은 개구리 다리를 한 입씩 먹으며 서로 의형제같은 친구가 된 것이다.
삼국지의 도원결의나 우리의 개구리 결의나 그다지 다르지 않다.
한쪽은 멋지고 다른 한쪽은 웃겨서 그렇지...

뭐, 아무튼...

그렇게 많이 보이던 여러 친구들이 있었다.
앞에서 말한 개구리, 개구리와 함께 늘 같이 보이던 도롱룡, 그리고 물이 흐르는 곳에 있던 가재.
이제는 사는 곳 주변에서 이 중 누구도 볼 수가 없다.
그래서인지 요즘 아이들은 개구리를 구분할 줄 모른다.
무당개구리, 개구리, 청개구리를 구분할 줄 모른다. 본 적이 없어서 그렇단다.

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대체 뭐가 잘못됬길래 그렇게 흔하게 보고 가지고 놀던(!) 이 친구들이 서울에 나타나면 신문에 날만한 사건이 된 걸까.

환경 오염을 말하고 싶진 않다.
환경이 오염되면 어찌된다는 거 다 안다.
그리고 내가 지금 환경 가지고 싸우자는 거 아니니까.

내가 정말 슬픈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정말, 정말, 정말 슬픈 것은...

이 다음 내가 노인이 되고 지금의 아이들이 지금 내 나이가 됐을 때 개구리, 도롱룡, 가재를 잡던 이야기를 같이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같은 추억을 되새길 수 없다는 것이다.

하긴... 지금도 못하는데 뭘.


(2006년 9월 2일 토요일, 경기도 용인시 양지면 본가 마당, Jhagee Exakta Varex VX, Carl Zeiss Jena Tessar 50mm 2.8, Agfa CT Precisa 100 / 36 Exp., Konica Minolta Scan Dual 4) Posted by Picasa

2006년 9월 14일 목요일

기품 넘치는 연꽃이 아니라도 충분히 아름답다.

 본가 마당에는 작은 연못(?)이 하나 있다.
어머니께서 연꽃과 부레옥잠, 금붕어 등을 기르시는 작은 항아리이다.
떡시루나 콩나물 항아리 같은 넙적한 모양을 가진, 대부분의 화원에서 작은 연꽃을 넣고 기르기 위해 사용하는 그런 특별할 것 없는 항아리이다.

이 항아리에서 해마다 여름이 되면 작지만 기품 넘치고 위엄있는 연꽃이 피는데 작은 크기 때문에라도 여간 예쁘고 귀여운 게 아니다. 원래 연꽃을 피우기 위해 만들어진 항아리이니 이 연못의 주인공은 역시 연꽃이다. 게다가 주인공답게 연꽃이란 족속이 원래 가지고 태어나는 기품과 위엄은 그 크기가 작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기품과 위엄에 더해 "귀여움"도 가진다는 이야기다.

비록 주인공은 아니지만 연꽃과 함께 이 마당 연못을 채우는 식물은 바로 부레옥잠이다.
초등학교 시절(정확한지는 모르겠다) 물에 둥둥 떠다니며 뿌리를 내리고 물 속의 오염 물질을 정화시키는 이로운 식물이라고 배웠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어떻게 배우는지 모르겠다. 다만 얼마 전 봤던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의 다큐멘터리에서는 아프리카 호수의 골치덩어리라고 나왔다. 너무 빨리 자라고 번져서 원래 호수에 살던 아프리카 자생 생물을 죽게 한다고 한다. 그래서 아프리카에서는 이 부레옥잠을 없애기 위해 이런 저런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혹시 우리 나라에서도 골치덩어리로 전락하고 만 것인지...

어쨌든...

이 부레옥잠은 그 크기도 크기거니와 시커먼 뿌리로 인해 그다지 호감이 가는 놈이 아니다. 시커먼 뿌리를 조그만 어항 속에서 이리 저리 뻤고 있는 모습이 어떻게 보면 징그럽기도 하다.
게다가 서리가 내릴 때 제대로 덮어 주질 못하면 태생이 열대 식물이라 녹아 없어지는 것처럼 지저분하게 죽어서 연못을 보기 싫게 만든다.

한마디로 잘 살기는 하지만 사랑 받는 주인공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냥 연못 위의 잡초같은...

근데 이놈이 이렇게 예쁜 색의 꽃을 피운다.
마치 나 살아 있소하는 것처럼 당당하게 대를 올려 꽃을 피운다.

연못의 주인공은 연꽃이다. 원래 연꽃을 피우기 위해 그 자리에 연못을 만든 것이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주인공이 아니라도 연못을 아름답게 하는 부레옥잠이 있다.

충분히 아름답고 건강한 꽃이다.
촉망받는 우수한 사람이거나, 어마어마한 부잣집의 아들이나 딸이 아니라도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 사람인 것처럼 그렇게 충분히 아름답다.

어쩌면 연꽃보다 더.


(2006년 9월 2일 토요일, 경기도 용인시 양지면 본가 마당, Jhagee Exakta Varex VX, Carl Zeiss Jena Tessar 50mm 2.8, Agfa CT Precisa 100/36 Exp., Konica Minolta Scan Dual 4) Posted by Picasa

행복한 외로움.

 지난 주말에 혼자 우음도라는 곳을 다녀왔다.
사진 클럽에서 좋은 풍경을 보여주는 곳이라는 말을 들어서 이리 저리 가는 길도 알아보고 해서 간 것인데 같이 가기로 한 사람이 펑크를 내 준 덕에 혼자 다녀오게 됐다. 결과적으로 혼자 간 게 더 좋았던 것 같다.

사실 우음도에는 들어가지 않고 우음도로 들어가는 길까지만 간 것이다. 우음도는 원래 말 그대로 진짜 섬이었는데 시화호를 개발하면서 육지가 된 곳이다. 그래서 예전부터 육지였던 땅에서 우음도를 들어가려면 전에는 갯펄이었을 곳에 생긴 길을 따라 들어가야 한다.

그 길을 따라 가다 길가에 심어놓은 코스모스를 봤다.
그냥 차를 세우고 찍었다. 별다른 준비도, 생각도 없이 그냥 찍었다. 바람이 함께 나오면 좋겠다고 바래기는 했는데 그걸 구체적으로 생각할 만큼 파인더를 오래 들여다 보지 않았던 것 같다.

 처음 도착해서 차에서 내릴 때까지는 주변에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한 시간 정도 지나니 다들 가버리고 이 넓은 곳에 바람과 나만 남았다. 가기 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650만평 정도 된다고 한다. 이 넓은 곳에 혼자 서서 카메라에 풍경을 담는 느낌이라니...

외로운데 행복하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하고 생각했다.

집에서 가지고 간 커피가 보온병에 있어서 따뜻한 커피 향도 즐길 수 있었다.
게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과잼을 발라서 가져간 빵은 어찌나 맛이 있던지...

 사람이 없는 곳에서 사는 일은 그렇게 바라는 일은 아니었는데 이번에 우음도에서 혼자 있어보니 - 물론 그래봐야 4시간도 채 안 되지만 - 좀 외롭게 사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겠다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영리도 이런 "행복한 외로움"을 좋아할지 모르겠다.
주변 사람들은 없더라도 영리는 같이 있어야 하니까 말이다.

바람이 불 때마다 저렇게 많은 풀들이 사라락 소리를 내주니 무섭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 바람이 내가 듣는 음악을 압도하지도 않아 고맙기도 하고.

이번 주말에도 또 가야겠다.
이번엔 사진 클럽의 아는 사람들도 함께 갈 생각이다.

이렇게 넓은 땅이 "놀고" 있는 꼴을 못보는 사람이 많은 나라니까 있을 때 무조건 많이 즐겨야지.


(2006년 9월 9일 토요일, 경기도 화성시 우음도 진입로 길가에 핀 코스모스, Sigma SD10, Sigma 12-24mm 4.5-5.6 EX DG)
(2006년 9월 9일 토요일, 경기도 화성시 우음도 진입로에서 서쪽 갯펄로 한참을 들어가서, Sigma SD10, Sigma 12-24mm 4.5-5.6 EX DG)
(2006년 9월 9일 토요일, 경기도 화성시 우음도 진입로에서 서쪽 갯펄로 한참을 들어가 다시 뒤에 두고 온 진입로를 보며, Sigma SD10, Sigma 12-24mm 4.5-5.6 EX DG) Posted by Picasa

2006년 9월 11일 월요일

추석 전날을 기다림.

 이상하게 여름이 끝날 쯤 되면 기다려지는 날이 이날이다.

추석도 아닌 추석 전날.

막상 맛있는 거 먹고 재밌는 이벤트들이 풍성한 날은 추석인데 추석 전날이 기다려지다니 이 무슨 웃기는 소린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린 시절부터 추석이 마음 속에 남는 이유는 순전히 추석 전날의 존재 때문이다.

추석 전날이면 이런 장면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해지는 장면이 추석 전날에만 생기는 것도 아닌데 난 이런 장면은 모두 추석 전날 해지는 장면으로 기억이 남는다.
여름이건 봄이건 이런, 빛이 이런 각도로 비치면 그냥 다 "추석 전날 저녁"이다. 막무가내로 난 그렇게 고집한다.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면 행복하게 눈이 내리는 장면을 그려내는 것처럼 난 추석에 대해 보름달이 아닌 이런 해지는 모습, 특히 이런 각도로 빛이 비치는 모습을 그려낸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의 눈이 행복한 느낌으로 가득한 것처럼 이런 빛이 비치는 추석 전날은 따뜻한 친구들과 사탕을 들고 흙길을 뛰어다니는 행복한 느낌으로 벅차다. 눈물이 날 만큼 그렇다.

아마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의 추석 전날 저녁에 이런 장면을 본 모양이다.

찾아다니며 보기도 하고 다시 보기도 하는데 아직도 늘 이런 장면이 그리운 것은 왠지 모르겠다.

그래도 사진을 취미로 둔 덕에 이런 장면을 가지고 있을 수 있어 행복하다.


(2006년 9월 9일 토요일, 경기도 화성시 우음도 진입로, Sigma SD10, Sigma 70-300mm 4-5.6 APO DG Macro) Posted by Picasa

2006년 9월 10일 일요일

그냥 가을이 오다.

 그냥 가을이 왔다.

여름이 간 줄 모르고 있다가 갑자기 가을이 온 것도 아니고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지면서 "나 왔어요"하고 가을이 왔다.

늘 코스모스가 바람에 흔들리면 "이제 진짜 가을이다"라고 외쳤는데 올해는 그런 외침도 필요없이 이미 가을이다.

선선한 바람에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를 볼 수도 있지만 아직 낙엽이 굴러 다닐 정도로 슬프지는 않으니 참 좋다.

어쨌든 가을은 네 계절 중에 제일 맘이 편한 계절이다.
맘이 편하니... 살도 제일 많이 찌는... 뱃살은 불편한 계절이기도 하다.

흠... 어쩐지... 요 몇 일 기름진 중국 음식들이 땡기더라니...


(2006년 9월 9일 토요일, 경기도 화성시 우음도 진입로, Sigma SD10, Sigma 12-24mm 4.5-5.6 EX DG) Posted by Picasa

2006년 9월 2일 토요일

남자들 중에도 천사가 있다!

 이제 1년만 더 지나면 만난지 20년이 되는 친구다.

이런 저런 고민도 많고 이리 저리 충돌도 많던 고등학교 시절을 함께 보냈던 친구라 특별히 뭘 말하거나 하지 않아도 그냥 안다. 막걸리를 땡겨하는지, 고갈비를 땡겨하는지, 아니면 고갈비를 가장한 이면수 튀김(?)을 원하는지 그냥 안다.

고등학교 때 이 친구는 세상이 자신의 "예술 세계"를 몰라준다고 많이 고민했었는데 아직도 그 예술 세계를 대부분 유지하고 있다.
한 마디로... 철이 덜 난 친구지. 그렇다고 내가 철이 났다는 말은 또 아니고.
원래 친구 사이라는 게 다 그놈이 그놈이고 똑같은 놈들끼리 노는 것이니까.

자주 얼굴을 보거나 살갑게 전화질을 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한달이나 두달만에 전화해도 그냥 어제 밤에 술먹고 헤어진 친구에게 안부를 묻는 것처럼 몇 마디 말을 하다 끊는다.

그냥 그렇게 몇 마디 말을 하는 게 전부지만 그냥 편하게 "나와라, 짜식아"라고 해도 부담 없이 나와줄 친구다. 지 불편하면 맘 편히 안 나올 놈이라는 걸 뻔히 알기 때문에, 그리고 안 나온다 한들 잠깐 삐지면 그뿐이라는 걸 알고 있는 놈이기에 아무 시간에나 "나와라, 짜식아"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녀석 신기한 놈이다.

스무해 가까이를 알아오면서 아직 화를 내는 꼴을 본 적이 없다.
온 세상이 다 짜증의 도가니탕이었을 고등학교 시절부터 첫 사랑과 헤어진 대학교 시절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 까지 단 한 번도 화를 낸 적이 없다.

누굴 만나건 한 두 번은 화도 내고 싸우기도 하고 그러는 게 정상인데 이 녀석과는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 엽기적으로 비정상적인 친구 사이다. 나와 이 녀석은.

그나마 난 "정상적으로" 화도 내고 그런다. 다만 이 녀석이 화를 안낼 뿐이다.
하긴 나야 성질 더러워서 누구에게나 화를 내긴 한다. 쌈닭이 뭐 그렇지... 허허허...
화를 참는 건지 그냥 화가 안나는 건지 이제 보면 알만한데 참는 경우도 있고 안내는 경우도 있다. 아무튼 화를 밖으로 내보내는 일은 없다.
하긴, 싫은 소리를 하는 꼴도 못 봤는데 화를 내긴 뭘 내겠냐만은...

옆에서 보기엔 좀 안쓰럽다. 간혹 화도 내고 그러면 살이 좀 찔텐데...

가끔 천사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꼭 화를 안내서 그렇다는 게 아니라...
악역은 하나도 안하니까...

나 처럼 좀 모자라는 사람에게 하늘이 걱정스러워 하나씩 딸려보내는...

짜식, 이번엔 내가 쏘주 함 쏴야하는데. 허허허...


(2006년 8월 17일 목요일, 서울 인사동 피맛골 고갈비집에서 막걸리를 앞에 두고, FED 1, FED 50mm 3.5, Ilford Delta 400, Konica Minolta Scan Dual 4) Posted by Pica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