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 30일 금요일

흐름에 몸을 던져라!


난 매일 아침 지하철을 이용해 출근한다.

분당의 오리역에서 지하철을 타면 거의 서서 가게 된다. 간혹 운이 좋으면 내가 서있던 자리 부근의 사람이 일찍 내려서 앉아서 가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운이 좋은 날이고...

아무튼 지하철을 타고 가면 별의 별 사람을 다 만난다. 특히 요즘은 PMP로 영화를 열심히 보는 사람을 많이 본다. 나 역시 근래에 산 iPod Video를 이용해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지하철에 있는 시간을 쓴다. 전에 잠깐 동안은 책도 보고 했는데 근래에 죽전 지역에 아파트가 늘어나고, 특히 보정역이 오리역 다음에 새로 생긴 후로는 사람이 너무 많아 책을 꺼내 보기가 좀 불편해졌다. 물론 그 와중에 열심히 신문 펴들고 짜증나게 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렇게 오리역에서 지하철에 몸을 올려 출근을 하면 선릉역에서 열차를 갈아타게 되는데 분당선의 마지막 역이라 모든 사람이 한 번에 내리게 된다. 수천명의 사람이 한번에 내려 각자 갈 길을 가게 되는데 어떤 사람들은 잠실 방향으로 갈아타고 또 어떤 사람들은 신도림 방향으로 갈아 탄다. 이도 저도 아닌 사람들은 선릉역에서 지상으로 올라가고...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 번에 내려서 자기 갈 길을 가게 되니 그 흐름이 만만하지가 않다.
간혹 지하철에서 내리기도 힘든 경우가 많다. 지하철 밖의 플랫폼에서 흘러가는 사람들이 너무 빽빽해서 거기에 끼어들기가 아주 어렵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꼭 여름 장마에 불어난 계곡 물을 보는 기분이다.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바로 넘어져 밟힐 것 같은 그런 불안감이 느껴진다.

매일 아침마다 그 흐름의 일부로 살다가 최근에야 그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흐름이 흐르는 방향으로 나가면서 속도를 맞추고 함께 걸어가면 서로 서있는 힘과 걸어가는 힘이 서로의 몸을 지탱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결국 내 의견(내가 갈아타야 하는 방향)은 조금씩 외부로 표출하면서 큰 흐름을 거슬러 가지 않는 방법이 제일 안전한 것이었다.

마치 군대에서 중간 보다 약간만 잘하는 게 제일 안전한 것처럼 그냥 그렇게 말이다.

간혹 열받는 일이 있기도 하긴 하다.
내 의사와 상관없이 흐름에 밀려 내가 갈 방향으로 가지 못할 때.
큰 흐름과 내 의지에 반해서 움직이는 앞 사람 때문에 내가 갈아타야 할 열차를 간발의 차이로 지나칠 때.
그런 일이 생기면 참 열받는다. 허허허... 아침부터...

오늘 아침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살아가는 인생이 결국 이렇게 큰 흐름에 매몰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가 혹시 흐름을 주도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흐름에 몸을 맡기고 흘러가는 그저 그런 사람이 된 것은 아닌지. 흐름을 거슬러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멋진" 사람들을 싫어하고 배척하는 "그런" 사람이 된 것은 아닌지.

사회와 함께 산다는 게 결국 흐름 속에서 자기 자리와 역할을 찾아 간다는 것이라고 배웠다. 내가 과연 그렇게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흐름에 투신해 그 흐름이 더 잘 흐르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

그러나 난 잘 모르겠다. 내가 투신한 이 흐름이 "주류"인지.

그리고 어떤 흐름이 주류가 되어 바다로 가게 될지도 잘 모르겠다.

대체 어떤 흐름을 찾아야 한다는 말인지... 그렇게 오래 학교를 다니고 또 사회 생활도 했건만 아직도 모르겠다.
어떤 흐름을 선택해야 하는지 누가 좀 알려주면 좋겠다. 그게 힘들다면 흐름을 선택하는 방법이라도...

오늘 아침에도 난 신도림 방향으로 갈아타는 흐름에 몸을 맡겼다.
어제 그랬던 것처럼...


(2007년 2월 3일 토요일, 강원도 정선 남면 광덕리에서 가수리 가는 길에서, Sigma SA-9, Sigma 12-24mm EX DG, Ilford Delta 400, Kodak D-76 자가 현상, Konica-Minolta Dimage Scan Dual 4, Adobe Photoshop Lightroom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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