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31일 화요일

춥고 쓸쓸한 새벽의 대~한민국!

 친구와 삼겹살에 소주를 한잔하고 집에 가려 택시를 잡았는데 무척 기분 나쁘게 하는 사람을 만났다. 술김이라 평소라면 피식 웃고 말았을 일을 가지고 꽤나 화를 내며 건대입구역에서 삼성역까지 걸어갔다. 가을이라고는 하지만 밤이면 춥기도 하고 그런데 반팔을 입고 잘도 걸어갔다. 술의 힘이다. 허허허...

기세 좋게 삼성역까지 가긴 했는데 시간이 시간인지라 삼성역에서 집으로 가는 버스는 끊어진지 오래였고 택시에 기분을 상했으니 춥고 쓸쓸하고 피곤해도 택시를 타고 집에 갈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새벽 첫 차를 기다려 타고 가겠다!"

20대 초반의 청춘도 아닌 녀석이 이런 생각을 했으니 나도 아직 많이 어린 모양이다.
객기나 부리고...
아주 어릴 때의 기억을 함께 가지고 있는 친구와 술을 마셔서 그런 모양인데... 몇 일이 지난 지금도 허리며 어깨가 뻐근해 죽겠다.

새벽 테헤란로에는 낮에 보이던 넥타이를 맨 당당한 비지니스맨들도 번쩍 번쩍하는 고급차도 없었다.
그저 쓸쓸함만 있었다.

대한민국 돈은 다 모이는 것같은 거리도...
새벽은 그냥 새벽이다.

춥고 쓸쓸해도 대한민국이 다 자기들 맘대로인 것처럼 고개를 처든 "것"들이 없어서 좋다. 하하하...


(2006년 10월 29일 일요일, 서울 강남 삼성동 인터콘티넨탈 호텔 앞 테헤란로, Kiev-6c, Vega-12B 90mm 2.8, Kodak Portra 160VC / 24 Exp. / 2005-11, CuFic Normal Film Scan) Posted by Picasa

저 바지들의 주인은 어디에 있을까?

 요즘 부쩍 자주 보는 친구와 토요일 하루를 서울 시내 미술관 순례를 하기로 했다.
평소 아침 일찍 약속을 잡으면 약속한 시간에 일어나는 일이 잦은 친구라 별 기대 없이 나갔는데 역시나 이날도 약속한 인사동 초입에서 전화하니 그 때 일어났단다. 허허허... 천천히 준비하고 나오라 하고 인사동을 왔다 갔다 하며 이런 저런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이공계열의 학교를 나온 사람에게 인사동은 그리 친근한 장소가 아니다.
아니... 서울 시내에서 학교를 나오지 않은 내게 인사동은 그리 친근한 장소가 아니다. 그래서 인사동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조선극장이라는 극장의 터라고 한다.
최초의 연극, 영화 극장이라고 하는데 불이 나서 남아 있지는 않은 모양이다.

아무튼 그 조선극장 터가 좀 조용해 보여 그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이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분명 잘 빨아서 말리는 바지로 보였는데 주인은 부근에 없는 것 같았다.
무슨 사정이 있어 저 곳에 저렇게 바지를 널어 말리는지 알 길은 없지만 짐작컨데 집이 없는 사람의 물건이 아닌가 한다.

사진을 찍고도 한참을 조선극장 터에 있었지만 바지의 주인으로 생각되는 사람은 나타나질 않았다.
하긴...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보였다고 한들 내가 뭘 어찌했겠냐마는...

사진 찍으며 그냥 빌었다.
"노숙자의 바지라면 오늘 하루라도 배고픔이 없는 운수 좋은 날이 되길..."


(2006년 10월 28일 토요일, 서울 인사동 조선극장 터, Kiev-6c, Vega-12B 90mm 2.8, Kodak Portra 160VC / 24 Exp. / 2005-11, CuFic Normal Film Scan) Posted by Picasa

2006년 10월 30일 월요일

사진으로 단풍 맛보기.

 백담사에 들렀다가 내려오는 길에 찍은 사진이다. 이날 찍은 사진들 중 이 사진이 제일 마음에 든다.

길에서 조금 떨어져있는 곳에 있던 잎인데 백담사와 국립 공원 입구를 왕복하는 셔틀 버스를 피하려고 길가에 비켜 섰다가 보고 반가워하며 찍었다.

단풍철에, 또 평소에 백담사에 가본 사람은 알텐데 백담사는 특이하게도 국립 공원 안쪽으로 일반 차량이 들어가지 못한다. 국립 공원 경계 밖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들어가서 입구 안쪽에서 백담사로 가는 작은 버스를 타야 한다.
물론 이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가도 된다.
이날 우리가 그렇게 걸어 들어갔다.

그러나...

걸어들어가면 수도 없이 왔다 갔다 하는 버스의 먼지와 매연을 견뎌야 한다.
자연 보호를 위해 일반 차량을 통제하는 건 알겠는데 그렇다면 버스도 매연이 생기지 않는 전기차 같은 걸로 운영하지 왜 매연 많이 나오는 디젤 버스를 쓰는지 모르겠다.
전기차로 운영하면 참 좋을 것 같은데...

친구와 이런 저런 사진을 찍으며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좀 아쉬워하기도 하고 좀 짜증도 내면서 말이다.

 이 사진은 백담사의 일주문 앞의 숲에서 찍은 것이다. 백담사의 일주문은 절의 본체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서 일주문을 보면 절에 다 왔다고 할 수 있다. 일주문이 보이고 친구와 조금 숨을 돌리며 주변을 보니 그 때까지 보지 못한 아주 빨간 단풍이 눈에 띄어 히히낙낙하며 찍었다.

이 사진을 찍기 위해 같이 간 친구와 나는 길에서 한 10걸음 정도 떨어진 숲에 들어가서 머리를 뒤로 눕혀 하늘을 한참 처야 봐야 했다. 그 친구 말이 참 오랜만에 사진 찍겠다고 자리를 옮기며 구도를 잡는단다. 오래 사진을 찍은 친구라 "사진 찍기"에 특별함을 부여하지 않아서 그런 모양이다. 특별하지 않은, 일상에서 편안한 "사진 찍기"라... 난 언제 그런 경지에 오를런지...

 백담사에서 내려오면서 찍은 사진이다. 길을 내기 위해 깎아낸 곳에 있던 작은 나무였는데 이상하게 올라가는 길엔 보질 못했다.
이렇게 이쁜 색을 보이며 "찍어줘~"하고 있는데 말이다.
한 번 본 곳이라도 계속 찾아가면 새로운 모습이 보인다는 게 아마 이런 것인 모양이다. 그래서 한 곳을 몇 년씩 다니는 사진 고수들의 사진에 늘 새로움이 있는 모양이다.

 국립 공원 입구에서 백담사로 오르는 길은 거의 계속해서 아주 아름다운 계곡을 끼고 나 있다. 과거에 전 모씨가 이 절에 있었던 덕에 시멘트 포장까지 된 길이다(하여간 그 사람은 여러 가지로 마음에 안든다. 이 산 속, 그것도 국립 공원 속 산길에 시멘트 포장이라니!).
계곡이 깊으니 바람도 거의 일정하게 부는 모양이라 계곡을 따라 가다보면 여러 곳에 가면 이렇게 낙엽이 모여있는 데가 있다.
올 가을은 가물어서 단풍이 예쁘지 않다고들 하는데 그래도 이런 낙엽들이 모여있는 것을 보면 그 말이 다 맞는 것은 아닌가 보다.

가을은 역시 쌓여 있는 낙엽이 있어야 한다.


(2006년 10월 21일 토요일, 강원도 설악산 백담사 계곡, Kiev-6c, Vega-12B 90mm 2.8, Konica Minolta Centuria 100 / 12 Exp., CuFic Normal Film Scan) Posted by Picasa

Ansel Adams 따라하기.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이 사진이 누구의 사진을 따라한 것인지.
나름대로 평소 사용하던 판형보다 훨씬 큰 판형(따라하려던 사진이 찍힌 판형에 비하면 한참 작지만)을 쓰게 되니까 이런 사진도 따라해본다.
원판처럼 가까이에서 멀리까지 다 촛점을 맞추기 위해 조리개도 끝까지 조이고 다리 난간에 걸쳐서 찍은 것 같다.

하지만...

원래 따라하려고 했던 사진과는 너무 큰 차이가 난다.
역시 하늘이 준 재능을 넘어서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이 장면을 찍을 때 같이 간 친구가 사진 찍는 모습을 보자마자 한마디했다.

"오, 안셀 아담스!"

그래, 그래... 나름 오마주다. 그렇게 받아들여주라. 수준 차이는 많이 나지만...


(2006년 10월 21일 토요일, 강원도 설악산 백담사 계곡, Kiev-6c, Vega-12B 90mm 2.8, Konica Minolta Centuria 100 / 12 Exp., CuFic Normal Film Scan) Posted by Picasa

저 곳에도 편지가 올까?

 어릴 때부터 알던 친구와 사진을 찍으러 다녀왔다.
원래 가려고 목표로 잡은 곳은 설악산 백담사인데 가는 길에 아침 안개가 예쁜 강변이 보여 잠깐 서서 찍은 사진이다.
좀 일찍 갔으면 아침 안개도 찍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해가 뜨면서 안개가 사라지는 와중에 지나던 길이라 안개는 찍질 못했다.
안개가 있었다면 더 좋은 사진을 찍었을 것 같지만... 내 실력에 안개가 있다고 사진이 더 좋아지진 않았을 거란 정직한 말도 하긴 해야겠다.

아무튼...

강변에 조그만 섬이 하나 있었고 그 섬에 가려면 작은 배를 저어서 가야하는 걸로 보였다.
그 작은 섬의 이름은 모르겠는데 그 섬에 누군가 집을 짓고 사는 모양이다. 선착장에 저런 우편함이 있는 걸 보면 말이다.
강변에 예쁘게 서있는 작은 우편함.
저 섬에 누군가 편지 오길 기다리며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표시다.

평소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저런 표지가 곳곳에 있다는 걸 우리는 안다.
태가 나지 않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을 주는 여러 가지 일들이 우리들 사이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누군가 치워 준 내 책상 밑 쓰레기통에서 누군가 채워 준 정수기 위의 물통까지.

태가 나지 않고 생색을 내지도 않으며 거기 있다고 비명을 지르지 않아도 늘 있는 "그 것들" 덕에 우리 삶이 풍요로워 진다는 걸 느낀다.
참 고맙다.


(2006년 10월 21일 토요일, 경기도 양평 한강변, Kiev-6c, Vega-12B 90mm 2.8, Kodak Portra 160NC / 12 Exp. / 2006-07, CuFic Normal Film Scan) Posted by Picasa

작은 계곡의 단풍.

 동호회 분과 오대산 월정사와 상원사에 가서 찍은 사진이다.
제대로 걸어다니며 사진을 찍겠다고 월정사 일주문에서 상원사까지 걸어 올라가며 사진을 찍었는데 마침 단풍철이라 관광객이 상상 이상으로 많았다. 조금 뻥을 보텐다면 일주문에서 상원사까지 줄서서 올라가는 분위기...
아무튼 천천히 10여 킬로미터를 오르며 이런 장면도 담고 저런 장면도 담고 하면서 기분 좋은 시간을 보냈다.

이 사진 속의 계곡은 상원사 아래 쪽에 있는 곳인데 상원사가 코앞이라 그런지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다. "줄을 서서" 오를만큼 사람이 많았는데도 말이다.

꼭 잘 찍은 사진이라서 블로그에 남기는 것은 아니고(잘 찍은 사진도 없긴 하지만) 그냥 작은 계곡, 외면 당하고 있지만 자기가 할 일을 열심히 하는 작은 계곡이 기특해서 남긴다.

옆에 있는 유명한 절 덕에 눈길을 받거나 예쁘다는 칭찬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가을에 맞는 색을 보여주는, 멋진 가을 단풍을 보이기 위해 봄, 여름 내내 작지만 열심히 노력한 그런 계곡이다.

작은 계곡의 단풍이 주는 즐거움을 느낄 기회가 있어서 참 좋다.
다 사진을 찍기 때문에 내게 찾아온 즐거움이다.
그래서 난 사진이 좋다.


(2006년 10월 15일 일요일, 강원도 평창 진부 오대산 상원사 부근, Kiev-6c, Vega-12B 90mm 2.8, Fujicolor Superia 100 / 12 Exp. / 2006-07, CuFic Normal Film Scan) Posted by Picasa

2006년 10월 13일 금요일

구름 낀 대관령의 꽃 놀이 ^^

 친구와 함께 간 대관령 삼양 목장에서 찍은 꽃들이다. 유통기한이 지난 필름을 사용했더니 색이 좀 신기하다.
사진 찍을 때에도 SA-9의 파인더에 워낙 노란색이 돌아서 제 색을 볼 수 없었는데 싼 맛에 쓴 유통기한 지난 슬라이드 필름이 내는 색도 역시나 "남다르다".
유통기한이 지난 것도 지난 것이지만 그 동안 쓰지 않던 Fuji Film의 제품이라서 더 다르게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이상하게도 Kodak과 Agfa의 필름만을 썼다.
(2006년 9월 23일 토요일, 강원도 횡계 대관령 삼양 목장, Sigma SA-9, Sigma 70-300mm APO DG Macro, Fuji Sensia 100 / 24 Exp., Konica Minolta Scan Dual 4)

 어떻게 보면 더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이래서 필름은 더 다양하게 경험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생각지 못한 곳에서 새로운 느낌을 찾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2006년 9월 23일 토요일, 강원도 횡계 대관령 삼양 목장, Sigma SA-9, Fuji Sensia 100 / 24 Exp., Konica Minolta Scan Dual 4)

 디지털로 찍은 사진이라면 당장 포토샵에서 색을 변경했겠지만 슬라이드 필름이라서 그렇게 하기도 싫다. 그리고 나름의 분위기도 괜찮은 것 같고...
워낙 필름으로 찍은 사진은 스캔을 해서 컴퓨터 화면으로 봐도 필름의 색 이상으로 변화를 주는 일은 없다. 게으르기도 하고 해서... 허허허...
(2006년 9월 23일 토요일, 강원도 횡계 대관령 삼양 목장, Sigma SA-9, Fuji Sensia 100 / 24 Exp., Konica Minolta Scan Dual 4)

 내 마음 속에 남아있는 색과는 다른 색을 유통기한 지난 필름은 봤나보다.
사람이 아닌 필름도 이렇게 제각각인데 사람이라면 색뿐 아니라 모양도 다르게 봤을지 모른다.
나와 다른 느낌들을 보기 위해서라도 여러 가지 경험을 해봐야겠다. 다른 사람의 시각과 생각을 존중하면서 말이다.
(2006년 9월 23일 토요일, 강원도 횡계 대관령 삼양 목장, Sigma SA-9, Fuji Sensia 100 / 24 Exp., Konica Minolta Scan Dual 4) Posted by Picasa

2006년 10월 12일 목요일

내 사진이 마음에 안들어.

 이상한 일이다. 점점 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처음으로 카메라가 아니라 사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때는 내가 찍은 사진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았는데 이제 기분이 나빠진다.

사진을 찍으면 꼭 뭘 하나씩 빼먹는 것 같다.
구도를 더 잘 잡을 수 있었을 것 같고, 노출을 더 잘 맞출 수 있었을 것 같고, 색을 더 잘 찾을 수 있었을 것 같다.
어떻게 해야 내 사진이 좋아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디 정답이 있는 일이라면 시험 공부하듯이 공부라도 할텐데 그런 것 같지도 않고...

저 멀리 보이는 풍경처럼 색도 흐리고 모양도 분명하지 못하다.
가까이에 서있는 단풍든 나무같은 밝고 좋은 느낌의 사진을 만들어 내고 싶은데 늘 멀리 보이는 풍경이 주는 느낌이 찍힌다.

답답하다.

많이 찍는 게 답이라는데 사진을 많이 찍는 것보다는 카메라를 많이 사고 있으니...

내 사진이 내 마음에 제일 안든다.
나도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면 좋겠다.


(2006년 10월 7일 토요일, 강원도 횡계 대관령 삼양 목장 전망대 부근, Sigma SD10, Sigma 70-300mm APO DG Macro) Posted by Picasa

같은 장소, 전혀 다른 분위기.

지난 주말 이런 핑계 저런 핑계로 대관령을 또 다녀왔다.

제일 큰 핑계는 아내의 전화기를 새말에 있는 막국수 집에 놓고 왔기 때문에 그 걸 찾으러 가자는 것이었다.

먼저 번에 부모님 모시고 갔을 때 그 집에서 식사를 하고 왠 일인지 전화를 놓고 온 모양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집에 놓고 왔다는 것을 기억했기 때문에 전화를 해서 찾으러 갈 수 있다는 것.

뭐, 아무튼 오랜만에 "바쁘디 바쁜" 집사람과 둘만 여행을 갔다.

대관령 삼양 목장은 지난 번에 친구와 함께 사진을 찍으러 갔었던 곳이다. 그 때는 구름이 많아 풍경이 참 좋았는데 이번엔 그냥 심심했다.
높은 곳에서 새파란 하늘을 보는 것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구름이 많고 그 구름이 코 앞의 산을 넘어가는 드라마틱한 풍경보다는 그 재미가 덜했다. 물론 사진 찍는 재미도 덜했고.

그래도 같은 장소에 또 가는 건 좋은 경험이다.
같은 날씨가 아니라서 더 좋다. 느낌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집사람은 그런 흐린 날씨의 대관령 삼양 목장을 본 적이 없으니 나와는 좀 다르겠지만 난 이전의 풍경과 비교하며 그럭 저럭 어떤 풍경이 더 좋은 느낌의 사진을 주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장소는 변함이 없는데 날씨와 시간과 빛에 따라 다른 느낌을 얻을 수 있는 것. 그리고 그런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것. 행복한 일이다.
그런 장소들이 많아지면 많아질 수록 두 가지 생각을 더 자주 떠올린다.
하나는 내가 점점 나이가 많아진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나이가 많아지면 추억할 것이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장소보다는 과거에 갔던 곳, 추억이 있는 곳에 한 번이라도 더 가 보나 보다.
그래야 추억과 오늘을 비교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사람도 그런 것 같다.
알던 사람, 잘 안다고 생각한 사람의 새로운 모습을 보는 것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
알던 사람과 나 사이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다시 꺼내 볼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 추억 속의 그 사람과 그 사람이 "오늘" 보여준 새로운 모습.
둘이 모여야 행복하다.
과거의 추억만 남아 있거나 오늘 새로 만난 사람에게서는 그런 행복이 없다.
물론 마음이 맞는 사람을 새로 사귀게 되면 그 것은 큰 "기쁨"이다.

하지만 기쁨은 그냥 기쁨인 것이고 기쁨이 행복이 되진 않는다.
둘 다, 기쁨이건 행복이건 다 좋은 것이지만 다르다. 다른 느낌이다.

늘 함께 생활하는 아내의 새로운 모습을 보는 일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나의 새로운 모습도 더 많이 보여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내의 과거를 더 많이 추억하고 아내의 오늘을 더 많이 기뻐해야겠다.
그래서 더 행복해져야지.


(2006년 10월 7일 토요일, 강원도 횡계 대관령 삼양 목장 전망대 부근, Sigma SD10, Sigma 12-24mm EX DG) Posted by Pica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