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19일 화요일

이힛!

Copyright (C) 2006, Hong Lee 

함께 여행갔던 친구가 찍어 준 사진이다.
사진을 취미로 삼으면 정작 자신이 들어간 사진을 얻기가 굉장히 힘들다. 누군가 찍히는 시간에 그 사진을 찍고 있을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아내와 함께 나온 사진을 갖는 경우가 일년이면 한 두장 될까 말까 한다.
그 덕에 나 자신이 사진 찍히는 경우가 되면 어색하기 짝이 없는데 좋은 장면을 잡아준 친구 덕에 오래 두고 볼 사진이 생겼다.

가까이 사진을 잘 찍는 친구가 있어 이런 사진을 찍어주니 참 고맙다.
다음에 만나면 밥 한 번 사야지. ^^

(2006년 12월 2일 토요일, 경북 경주 석굴암, Canon EOS 20D, Canon 24-70mm 2.8 L, Copyright (C) 2006, Hong Lee) Posted by Picasa

2006년 12월 18일 월요일

불국사의 목어

 물고기는 밤낮 눈을 감지 않으니 수행자로 하여금 늘 깨어 있으며 정진하라는 뜻으로 물고기 모양을 본 떠 만들었다는 목어.
늘 깨어 있으며 정진하라는 말이 어찌 수행자에게만 해당되는 말일까...

간혹 업무 시간에 일이 하기 싫어 뉴스 사이트를 돌아다닐 때가 있다(간혹은 무슨 간혹. 개뿔... 맨날 그러면서).

뉴스 사이트의 기사 댓글에 엉망진창인 개념을 가진 사람들이 댓글을 올리는 일이 어제 오늘은 아니지만서두 박정희 시대가 더 좋았다는 말을 정말 참기 힘들다.
나 역시 그 시대를 경험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 시대가 더 좋다는 건 대체 어떤 정신 상태로 판단을 한 것인지 모르겠다.

인권이 있기를 하나, 사람을 사람 취급하기를 하나, 공무원이 깨끗하고 공정하길 했나...
그런 소리하는 사람들 보고 통금있고 이상한 소리하면 그냥 잡혀가고 회사에서 올바르지 못한 일이 생긴다는 걸 비판하는 게 거의 목숨을 거는 일인 시절을 살라고 하면 진짜 좋아라 하며 잘 살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슨 좌파 꼴통들을 이북으로 보내자는 말하는 것들 처럼 저딴 소리(박정희 시대가 좋았다는 소리)를 지껄이는 것들을 그 시절로 보내고 싶다.

가서 행복하게 "잘" 살라고.

정말 위험한 풍조가 생기고 있다.
파쇼가 좋아할만한... 위험한 풍조가 생기고 있다.


(2006년 12월 2일 토요일, 경북 경주 불국사에서, Nikon FM2, Nikkor 50mm 1.2, Ilford Delta 400, Adobe Lightroom 4.1 Beta) Posted by Picasa

2006년 12월 17일 일요일

경주 여행기 #3 - 운문사 풍경

  



(2006년 12월 3일 일요일, 경북 청도 운문사에서, Nikon FM2, Nikkor 50mm 1.2, Ilford Delta 400, Konica Minolta Dimage Scan Dual 4, Adobe Lightroom 4.1 Beta)
(2006년 12월 3일 일요일, 경북 청도 운문사에서, Nikon FM2, Nikkor 50mm 1.2, Ilford Delta 400, Konica Minolta Dimage Scan Dual 4, Adobe Lightroom 4.1 Beta) Posted by Picasa

2006년 12월 12일 화요일

경주 여행기 #2 - 감포의 일출

정말 오랜만에 "자고 오는" 여행을 다녀왔다.
원래 2달에 한 번 정도는 숙박을 하는 긴 여행을 가곤 했는데 갑자기 집사람에게 일이 생겨 올 하반기엔 그렇게 하질 못했다. 그 덕에 2006년 하반기엔 나 혼자만 죽어라 돌아다녔다.
혼자 혹은 친구들과 다니면 좋은 점도 있기는 있다. 하지만 좋은 장면을 볼 때마다 "이런 장면은 같이 보면 좋겠다"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 마음이 좀 불편했다.

그런데 이번에 집사람이 회사를 관두면서 시간이 좀 나서 여행을 갔다.
여행 제목은 "한영리 퇴직 기념 여행"이었다.
사실 솔직하게 실상을 밝히자면 우연히 친구가 밥먹는 자리에서 "여행가자"는 제안을 했고 팔랑귀인 우리 부부가 거기에 홀딱 넘어가 부화뇌동한 것이다.

그 친구 네 집이 경북 청도에 있어서 거기도 들러 올 겸해서 친구와 함께 토요일 새벽 1시 반에 떠났다.
토요일 새벽에 눈과 비가 내리는 고속도로를 교대로 운전해가면서 간 곳이 경주의 감포다. 경주시에 속하긴 했는데 경주 시내에서는 좀 떨어진 곳이다. 같이 간 친구가 사진을 찍으러 자주 들렀던 곳에 가서 찍은 사진이다.

감포항 초입에 있는 등대 옆에서 찍은 것인데 예전엔 군부대가 있던 자리라고 한다.
해가 떠오르는 것을 기다리면서 이리 저리 사진을 찍었는데 결국 해가 뜨는 것은 보질 못했다.

성질 급해서 떠오르는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돌아섰는데 그렇게 돌아서서 차에 오는 동안 해가 떠버렸다. 아쉬운 마음에 산에서 내려오다 항구에 들러 몇 장을 더 찍었다. 그래도 이미 해는 한참을 떠올라서 바다에서 해가 뜨는 멋진 모습을 잡진 못했다.

추위에 콧물 질질 흘려가며 한참을 기다렸는데 마지막 5분에서 이런 실수를 하다니...

추위에 벌벌 떨며 사진을 찍었지만 오랜만에 보는 일출이라서 기분은 아주 좋았다. 부지런을 좀 떨면 이렇게 좋은 장면들을 볼 수 있는데라는 생각도 좀 했다. 그런데 왜 난 일출 장면은 추운 겨울에만 찍고 싶어지는 건지 모르겠다.
예전에도 한겨울에 일출을 찍겠다고 대관령에 갔다가 영하 20도의 강추위를 만나 카메라가 얼어 버리는 일도 당했는데 말이다. 그 때 하도 추위에 떨어 "다시는 겨울에 일출을 찍지 않겠다"고 했는데 또 까먹었다.

날 좋은 봄, 여름, 가을 다 두고 하필 겨울이라니...

Flexaret VII으로 찍은 결과들인데 노출계가 없는 모델이라 외장 노출계로 측광했다. 문제는 이 노출계의 노출 측정이 정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번에 유선(작고 아주 가는 스프링, 노출계의 바늘을 움직이게 한다)이 끊어져 수리를 했던 놈인데 유선이 잘 정착되는 3~4개월 후 다시 노출을 조정해야 한다고 했었다.
잠깐 방심하고 그냥 썼는데 2/3 스텝 정도 틀린 것 같다. 수리 후에 수리점 사장님이 그 사실을 분명히 이야기해주었는데 그걸 생각 못하고 이렇게 그냥 쓰다니... 아마 그 동안 관용도가 좋은 네가티브 필름만을 써서 티가 나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사진의 색이 이렇게 이상한 것은 노출이 맞질 않아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Provia를 처음 써보는 것이라 이 필름의 원래 색이 어떤지 모르니 판단은 못 내리겠다. 아무튼 한 번 더 써봐야겠다. 2/3 스텝 보정해서...

쩝... Flexaret VII 뿐 아니라 중형에선 첫 포지티브 필름이었는데... 아쉽다.


(2006년 12월 2일 토요일, 경북 경주시 감포읍 등대 옆에서, Meopta Flexaret VII, Belar 80mm 3.5, Fujichrome Provia 100F / 12 Exp., CuFic Normal Film Scan, Adobe Lightroom 4.1 Beta에서 크기 변환)
(2006년 12월 2일 토요일, 경북 경주시 감포읍 등대 옆에서, Meopta Flexaret VII, Belar 80mm 3.5, Fujichrome Provia 100F / 12 Exp., CuFic Normal Film Scan, Adobe Lightroom 4.1 Beta에서 크기 변환)
(2006년 12월 2일 토요일, 경북 경주시 감포읍 항구에서, Meopta Flexaret VII, Belar 80mm 3.5, Fujichrome Provia 100F / 12 Exp., CuFic Normal Film Scan, Adobe Lightroom 4.1 Beta에서 크기 변환) Posted by Picasa

경주 여행기 #1 - 해뜨기 직전의 감포 풍경


 해뜨기 직전의 감포 풍경이다. 해뜨기 직전이면 하늘의 색이 참 이쁘기 마련인데 기껏 카메라에 넣어 간 필름이 흑백이었다. 허허허...

감포에서 바다를 보고 왼쪽 언덕에 있는 등대에서 감포를 보고 찍은 사진이다. 아직 하늘이 밝아지기 전이라 감포항에 켜진 가로등들이 많이 보인다.
 등대 앞에 있는 군대 초소로 들어가는 길이다. 지금은 해안 초소를 지키던 부대가 어디론가 이전하고 등대 관리소가 들어섰기 때문에 들어가서 볼 수 있다.
경계선을 만들고 그 경계선을 넘지 못하게 하기 위해 누군가 폭력으로 지킨다는 건 어떻게 생각해도 비극이다. 특히 우리 나라처럼 사람이 경계선을 만들어서 멀쩡한 땅을 "섬"으로 만든 경우 더 그렇다. 이제는 넘지 못하게 하지 않지만 여전히 정신적으로는 넘지 못할 경계선이다.
 경계선 넘어 바다 위엔 갈매기가 날고 있다. 사람이 땅에 그어 놓은 장난같은 경계선이 얼마나 같잖게 생각될까. 하하하...
 감포항의 제일 밖에서 지나는 배를 반겨주는 등대다. 저 등대가 보이면 이제 집에 다왔다고 생각이 들 것이다.
예전에 대학원 시절 그런 경험을 많이 했다. 바다가 넓긴 하지만 배 밖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으니 실은 땅 위에 있을 때보다 더 답답한 경우가 생긴다.
그런 날엔 바다 위에 있어도 속이 시원하지 않은데 저녁에 항구로 돌아오면서 항구의 제일 밖에 선 저런 등대를 보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바다 위에서 바다가 답답하다고 느껴 본 사람이라면 땅이 얼마나 반가운지 안다.



(2006년 월 일 토요일, 경북 경주 감포 등대에서, Nikon FM2, Nikkor 50mm 1.2, Ilford Delta 400, Konica Minolta Dimage Scan Dual 4 컬러 스캔, Adobe Photoshop CS2 먼지 제거, Adobe Lightroom 4.1 Beta 크기 변환)
(2006년 12월 2일 토요일, 경북 경주 감포 등대에서, Nikon FM2, Nikkor 50mm 1.2, Ilford Delta 400, Konica Minolta Dimage Scan Dual 4 컬러 스캔, Adobe Photoshop CS2 먼지 제거, Adobe Lightroom 4.1 Beta 크기 변환)
(2006년 12월 2일 토요일, 경북 경주 감포 등대에서, Nikon FM2, Nikkor 50mm 1.2, Ilford Delta 400, Konica Minolta Dimage Scan Dual 4 컬러 스캔, Adobe Photoshop CS2 먼지 제거, Adobe Lightroom 4.1 Beta 크기 변환)
(2006년 12월 2일 토요일, 경북 경주 감포 등대에서, Nikon FM2, Nikkor 50mm 1.2, Ilford Delta 400, Konica Minolta Dimage Scan Dual 4 컬러 스캔, Adobe Photoshop CS2 먼지 제거, Adobe Lightroom 4.1 Beta 크기 변환) Posted by Picasa

비오는 날의 운전

 집사람이 운전하는 차는 우리 나라에서 제일 작은 차, 티코다.
티코를 운전해본 사람들은 아마 다 느낄텐데 별 일 아닌 일에도 다른 차들이 매우 위험하게 위협한다. 그 덕에 내가 집사람 차를 운전하면 운전이 매우 매우 매우 거칠어진다. 내 차가 워낙 큰 차이기 때문에(고급차여서 큰 게 아님. 오해 없길...) 내 차를 운전하면서는 전혀 당해보지 못한 부당한 대우를 받으니 짜증은 짜증대로 올라가고 운전은 운전대로 까칠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 덕에 집사람은 어지간해서는 내게 운전대를 맡기지 않는다. 가끔 집사람은 내가 운전하기 싫어서 그렇게 운전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절대 아니다(믿거나 말거나...).

우리 집사람은 운전을 잘 한다. 절대적으로 잘한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그저 평균적인 여자들에 비해서 잘한다는 뜻이다.
어쨌든 그럭 저럭 옆에 앉아 짜증나지 않을 정도는 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집사람이 분명히 화낼 것이다. 집사람은 자기가 운전을 아주 잘한다고 생각하니까...

아무튼 앞에서 이야기한대로 일반적인 사람들이 티코에게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뻔히 알고 나니 말할 수 없이 불안하다. 능력이 모자라니 차를 큰 걸로 바꾸지도 못하고 불안 불안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대체 왜 자기가 운전하는 차보다 작은 차에게 그렇게 위험한 행동들을 하는지 모르겠다. 자기가 모는 차보다 큰 차가 그 사람에게 비슷한 행동을 하면 분명 "생명의 위협"을 느낄텐데...

 티코같은 작은 차를 몰고 다닌다는 것은 매일 매일이 모험이다. 특히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너무나도 위험하다.
집사람은 오랫동안 티코를 운전해서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텐데도 깜짝 깜짝 놀란다.

다들 자기들이 운전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차의 성능이 워낙 뛰어나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것인지 비가 오는데도 하는 짓들은 똑같다.
그 사람들이 운전하는 모습을 보면 차를 제대로 통제하고 있는 것 같지 않은데 위험한 짓은 더 많이 한다.


특히나 정말 운전을 못해서 뒤에서 따라가는 차들을 있는대로 짜증나게 하는 사람들이 더하다.
운전을 못해서 위험한 걸 모르는 건지... 원...

운전같이 아무 일도 아닌 일을 하면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 않고 살고 싶다.
빨리 돈 벌어 다들 가까이 오지 않는 비싼 외제차라도 사야하는 건지 모르겠다.


(2006년 11월 27일 월요일, 서울 남산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Nikon FM2, Nikkor 50mm 1.2, Ilford Delta 400, Konica Minolta Dimage Scan Dual 4 컬러 스캔, Adobe Photoshop CS2 먼지 제거, Adobe Lightroom 4.1 Beta 크기 변환)
(2006년 11월 27일 월요일, 서울 남산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Nikon FM2, Nikkor 50mm 1.2, Ilford Delta 400, Konica Minolta Dimage Scan Dual 4 컬러 스캔, Adobe Photoshop CS2 먼지 제거, Adobe Lightroom 4.1 Beta 크기 변환)
(2006년 11월 27일 월요일, 서울 남산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Nikon FM2, Nikkor 50mm 1.2, Ilford Delta 400, Konica Minolta Dimage Scan Dual 4 컬러 스캔, Adobe Photoshop CS2 먼지 제거, Adobe Lightroom 4.1 Beta 크기 변환) Posted by Picasa

기쁜 대화

 우연히 친구들과 길을 걷다 찍은 사진이다. 사진에 나오는 두 사람에게 사진 찍고 있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또 두 사람의 얼굴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좀 급하게 찍은 기억이다.

퇴근 시간이 다 된 가게에서 하루를 정리하며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분위기였다.
직장에 매인 사람들이 다 그렇지만 특히나 저렇게 휴일 밤 늦게까지 일을 해야하는 직장에 있는 사람이라면 퇴근 때에 아주 기분이 들뜰 것 같다.
열심히 일하고 기분 좋게 퇴근하는 것.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내겐 제일 기분 좋은 일이다.

운이 좋으면 매일 매일이라도 느낄 수 있는 기분 좋은 일이다.


(2006년 11월 26일 일요일, 서울 강남 방배동 서래 마을 입구, Nikon FM2, Nikkor 50mm 1.2, Ilford Delta 400, Konica Minolta Dimage Scan Dual 4 컬러 스캔, Adobe Photoshop CS2 먼지 제거, Adobe Lightroom 4.1 Beta 크기 변환) Posted by Picasa

2006년 11월 30일 목요일

엉망진창, 너저분.

 
 
요즘 내 정신이 딱 이렇다.
꺼내놓은 것은 많은데 어느 하나 제대로 세팅해서 사용하고 있질 못하다.
전체적으로 엉망인 인상에 너저분한 분위기로 집중도 잘 안된다.

한 번에 3가지 업무를 진행하려니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어제도 내가 미리 미리 신경을 써서 챙겼어야 하는 일을 제대로 챙기지 못해 문제가 일어났다.
원래 문제를 잘 일으키지 않는 성격인데...

머리가 세갈래로 갈라져서 각자 노는 느낌인데 이걸 어떻게 정리할지 모르겠다. 잘못 정리하면 그냥 갈라져서 다시는 모일 것 같지 않은데 걱정이다.

그냥 갈라져서 다시 안모이면 그게 아마 "정신 분열증"일 것 같은데...
그런 상태가 되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은 한데 그렇게 되긴 싫고...

어떻게 해야 좋을지 누가 알려주면 좋으련만...
내가 원래 단순 반복 작업이나 남이 시킨 일, 생각이 필요 없는 일 이런 거 잘하는데 말이지.

한 번에 하나씩 제대로 일을 처리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회사에 그럴 자원이 없다. 인력도 모자라고 돈도 없고 시간도 부족하다.
그러니 맨날 직원들만 힘들게, 힘들게 일하고... 삽질하고...

아... 진짜 피곤하다.


(2006년 11월 15일 수요일, 경기도 용인시 죽전 집 내 책상, Nikon FM2, Tamron Adapt-All 2 24mm 2.5, Agfa CT Precisa 100 / 36 Exp., Konica Minolta Dimage Scan Dual 4, Adobe Lightroom 4.1 Beta 크기 조정)Posted by Picasa

2006년 11월 29일 수요일

오래 두고 사귈 벗.

 얼마 전 내 생일이 지나갔다.
내겐 생일이라고 해봐야 특별할 것 없는 날인데 주변이 오히려 더 많이 축하해주신다.
특히 아버지, 어머니께서 그러신다. 오히려 날 태어나게 해주신 걸 감사드려야 하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더 죄송하기도 하고 그렇다.
이번 생일엔 특별한 선물이 들어왔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사주신 Meopta Flexaret VII라는 카메라이다.
옆에 보이는 이 카메라인데 내가 태어난 1971년에 생산이 중단된 카메라이다.

그러니까 이 카메라가 생산 중단되면서 내가 태어난 것으로 보면 나름 개인적인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체코 슬로바키아 시절에 만들어진 카메라인데 이 체코 슬로바키아가 이제는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갈라진 후라 같은 나라가 아니다. 내가 가진 카메라는 eBay를 통해 슬로바키아에 있는 판매자에게 구입한 것이다.

물론 돈은 아버지, 어머니께서 주셨고 구입은 내가 했다.
원래 아버지, 어머니께서는 필름을 사서 원없이 찍어보라고 하셨는데 부모님께서 주신 "소중한" 돈을 그냥 소모할 필름을 사는데 쓰기가 좀 머뭇거려져서 고심하다가 오래 두고 쓸만한, 오래두고 써도 고장나지 않을만한 카메라를 골랐다.
2주 전 쯤, 내 생일이 지난 후에 주문했던 것을 지난 주에 받았다.
개인적인 의미가 있는 물건이라 조바심치며 많이 기다렸다.

체코 슬로바키아가 원래 전통적으로 기계 공업적 전통을 가지고 있는 나라라서 그런지 카메라는 마음에 들게 튼튼했다. 러시아를 포함해 동구권에서 만든 카메라는 그리 정밀하지 못한 편이라 좀 불안했는데 불안해하지 않아도 될만하다.
전체적으로 정밀하고 마무리도 좋은 편이다.

개인적인 의미(부모님께서 주신 선물이라는 것과 내가 태어난 해에 생산 중단된 모델이라는 점)가 있어서 앞으로 오랫동안 가지고 사용할 것 같다. 노출계도 없는 모델이라 특별히 고장날 곳도 없고 고장이 난다고 해도 쉽게 수리가 가능할 것 같다.

오래 오래 사용하고 싶다.

 이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다.
마음에 든다.
앞으로 더 많이 찍어봐야겠지만 싱글 코팅 렌즈라 그런지 흑백에 더 좋을 것 같다.

이제 중형도 정리를 할 시기인가 보다.
그래봐야 달랑 두 대지만 그래서 더 늘기 전에 정리를 해야할 필요가 느껴진다.
 본가에 갔다가 베란다에서 말라가는 화분을 찍었다.
흑백 필름이라 관용도가 좋아서 그런지 약간 맛이 간 노출계로 노출값을 측정했는데도 사진이 봐줄만 하다.

이제 내 사진 실력만 늘리면 된다.

허허허허... 내 사진 실력만 문제다.



(eBay.com의 판매자 Cupog Collectible Cameras의 사진, Copyright (C) 2006 Cupog Collectible Cameras)
(2006년 11월 25일 토요일, 서울 충무로 영락 교회에서, Meopta Flexaret VII, Belar 80mm 3.5, Ilford Delta 100 Professional / 12 Exp., CuFic Normal Film Scan, Adobe Lightroom 4.1 Beta 조정 / 흑백 변환 / 크기 변환)
(2006년 11월 26일 일요일, 경기도 용인시 양지 본가 베란다, Meopta Flexaret VII, Belar 80mm 3.5, Ilford Delta 100 Professional / 12 Exp., CuFic Normal Film Scan, Adobe Lightroom 4.1 Beta 조정 / 흑백 변환 / 크기 변환) Posted by Picasa

2006년 11월 27일 월요일

사진 찍는 친구를 둔다는 건...

 사진 찍는 친구가 있다는 건 참 즐거운 일이다.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함께 사진을 찍어도 찍는 대상이 다르다.
내가 이 사진을 찍는 동안 사진 속의 친구가 찍은 사진이 아래 쪽 사진이다.
새벽 햇살과 잘 어울리는 푸르스름한 그늘이 마음에 든다.
우연히 친구가 입고 있던 옷 역시 파란 색 계열이라 더 그렇다.

 물론 이 친구가 이렇게 전선들만 찍는 건 아니다. 산이나 물이나 다른 풍경들도 충분히 잘 찍고 많이 찍는데 이 순간은 이렇게 머리 위로 지나가던 고압선을 찍었다.
난 원래 하늘로 지나가는 전선을 무척이나 싫어해서여간해서는 프레임 속에 전선을 넣지 않았다. 사실 전선이 잘라 내는 하늘을 잘 담을 자신이 없기도 하다.
아무튼 이 친구가 고압선을 찍을 생각을 한 덕에 난 이 친구의 뒷모습을 찍을 수 있었다.




사진을 찍는 친구가 있어 즐겁고 기쁜 일이 많아진 건 참 좋은 일이다.
같은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배우고 놀라며 즐거워한다.
특히나 이 친구는 사진을 전공했기 때문에 사진에 대한 시각과 지식이 나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 덕에 요즘 배움의 기쁨을 새롭게 느끼고 있다.

공통의 관심사, 비슷한 취향, 거의 같은 시각.
이런 것들을 알아가며 형제같은 친구를 얻는 게 뭔지 알아간다.
딱히 "사진"이 있어, 또는 사진 때문에 "형제"같은 친구를 얻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그럴 기회가 "사진"인 것은 분명하다.
사진에게, 사진기에게 고맙다.

이래 저래 사진 찍는 일의 즐거움은 커진다.

기쁘다.


(2006년 11월 18일 토요일, 강원도 평창에서 정선으로 가는 길 가 철길에서, Nikon FM2, Nikon Zoom-Nikkor 28-85mm 3.5-4.5, Agfa CT Precisa 100 / 36 Exp., CuFic 현상, Konica Minolta Dimage Scan Dual 4, Adobe Lightroom 4.1 Beta 크기 조정)
(2006년 11월 18일 토요일, 강원도 평창에서 정선으로 가는 길 가 철길에서, Canon EOS 20D, Canon 24-70mm 2.8 L, Adobe Lightroom 4.1 Beta 크기 조정, Copyright (C) 2006 Hong Lee) Posted by Picasa

2006년 11월 20일 월요일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기면.

 가을에게 겨울이 갑자기 찾아온 모양이다.
가을 꽃이 예쁘게 피었던 것 같은데 그대로 그 자리에 시들어버렸다.

천천히 시간을 두고 말랐다면 바람에 이리 저리 흔들리며 다 떨어졌을 것 같은데 저리 남아 있다.
아마 어느날 아침 갑자기 찾아온 겨울에 깜짝 놀랐나보다.

갑자기 어떤 일이 생기면 몸이 굳는다. 겁이 나서도, 긴장을 해서도 아닌데 머리 속을 정리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서인지 몸이 굳는다.
급한 일이 생기면 더 빨리 반응하고, 생각하고, 행동해야하는데 급한 일, 갑작스런 일이 생기면 그냥 굳는다.

늘 어떤 불안함을 가지고 사는 것 같다.
언제 날 얼게 만들 일이 생길지 몰라 전전긍긍하며 살아가는 느낌이다.
늘 잘 만들어진 준비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느껴야 하는 것인 모양이다.

이 땅에 살며 예상하지 못한 어떤 일을 준비한다는 건... 다 돈을 준비한다는 소리인데 여유있게 돈을 쌓아두고 살지 못하니 그냥 불안한 모양이다.

불안하지 않게, 몸이 얼어버리지 않게 조용히 살고 싶다.

몸이 얼어버리는 일은 저 꽃처럼 딱 한 번만 겪었으면 좋겠다.

(분양받은 아파트의 중도금을 넣었다. 대출받는 시기를 늦추기 위해 이번까지는 어떻게 하든 돈을 긁어 모아 냈는데 그러고 나니 모든 은행 통장이 다 "0"이다. 불안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2006년 11월 18일 토요일, 강원도 사북 함백산 구도로, Sigma SD10, Sigma 70-300mm APO DG Macro, Adobe Lightroom 4.1 Beta) Posted by Picasa

2006년 11월 19일 일요일

빛 좋은 날 아무도 오지 않는 기차역에서.

 아무도 찾지 않는 기차역이다. 역무원도 없고 벽에 붙은 시간표를 보면 하루에 딱 2번 기차가 설 뿐이다.
선로에 서서 앞뒤를 살펴봐도 기차가 정말 다니는지 알 수 없다.
언젠가는 여러 사람들이 타고 내렸던 곳일텐데 지금은 이렇게 빛좋은 날에도 창고처럼 박스들이 쌓여있을뿐이다.
아무도 떠나지 않고 아무도 오지 않는 역엔 저렇게 빛들만이 잔치를 벌인다.

친구들과 특별히 어딜 가겠다고 정하지 않고 그저 "정선"에 가보자고 떠난 여행에서 들렀다.
정선에서 사북으로 가는 길가에 있는 "별어곡"이라는 역인데 이름이 특별해서인지 가끔 그 앞을 지날 때 목적없이 들러보는 곳이다.
사북, 태백에서 석탄이 많이 나던 시절엔 이 기차역을 지나던 기차가 많았을 것 같다.
지금은 기차가 많이 다니지 않아서인지 역 바로 뒤에 큰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있다. 그나마 시행사의 부도로 건설사가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생뚱맞은 팻말이 서있다.

강원랜드 앞에 가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가고 밤이 되도 불이 꺼지질 않는데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고 그런 것을 만든 그 "지역"은 이렇게 조용하다.
누가 누구를 위해 준비한 잔치판인지 모르겠다.

언제 시간을 내서 종일 이 역에 머물러 보고 싶다. 기차가 지나가는 걸 보고 싶다.


(2006년 11월 18일 토요일, 강원도 정선 사북 별어곡역에서, Sigma SD10, Sigma 50mm 2.8 EX DG Macro, Adobe Lightroom 4.1 Beta) Posted by Picasa

겨울 시작!

 오랜만에 정선엘 다녀왔다. 정선쪽 동강을 일주하며 사진을 찍었다.

내가 모르는 사이 겨울이 온 모양이다.

요즘 아침에 출근하며 춥다 춥다했는데 이게 겨울의 시작이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겨울이라면 뭔가 삭막한 분위기의 나무들이 보여야 하는데 여의도 공원의 나무들은 어떻게 된 일인지 아직 푸른 것들도 있고 대부분은 아직도 가을 색이다.
그래서인지 춥다고만 생각했지 이제 겨울이 시작됐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동강에 가니 그곳은 겨울이었다.

가을 동안 떨어진 낙엽 위로 저렇게 차갑게 보이는 서리가 앉아있다.

시간은 내가 모르는 사이 부지런하게도 달렸나보다.


(2006년 11월 18일 토요일, 강원도 정선 가수리 동강 변, Sigma SD10, Sigma 24-70mm 2.8 EX DG Macro, Adobe Lightroom 4.1 Beta) Posted by Picasa

2006년 11월 14일 화요일

어떻게 볼지는 내가 정한다.

 사진을 찍으면서 변화 없는 사물을 어떻게 볼지는 보는 사람이 정한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그 덕에 내가 본 시점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수단으로서 사진이 아주 효용이 높다는 것도 알게 됐다.
동호회 게시판에 수없이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가끔 심각하고 숙연(!)하게 만들어주는 글들이 있는데 그런 글들 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

"사진은 기본적으로 타자에 대한 폭력이다"


내 웃기는 기억력으로 판단하건데 정확하지는 않은 것 같지만 요지는 그랬다.
내 관점을 남에게 강요한다는 측면에서 참 정확한 말인 것 같다.

 변할리 없는 풍경에서 달랑 네모난 부분을 이리 자르고 저리 자르고 해서 거짓 아닌 거짓을 보여주는 것이 사진이다.
부분 부분들이 서로 어떤 모습으로 보여질지를 묵묵히 짐작해서 네모 속에 잘라서 보여주는 것.
그게 사진이다.

혹은 이렇게도 말한다.

"넓고 특별하지 않은 풍경에서 작고 특별한 장면을 꺼내는 것이 사진이다"


어디서 봤는지는 모르겠다. 이런 말은 워낙 많아서 정확히 어디서 봤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내 '이미지 위주 기억' 체계에서 '문장'의 출처를 찾아낸다는 것은 멸치 박스에서 꼴뚜기를 찾는 것과 비슷한 일이라... (멸치 박스에서 찾은 꼴뚜기가 맛이 있긴 하다)

아무튼, 사진에 대해 다들 나름의 생각을 가진 모양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내가 제일 동의하는 의견은 첫 번째로 말했던 폭력이라는 말이다.
찍히는 사물에게 폭력일 뿐 아니라 보는 사람에게도 일변 폭력적이다. 사진을 만들어낸 사람의 관점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강요하기 때문이다.
파주에서 찍어 온 이 사진들도 사실 마지막 사진이 보여주는 풍경의 일부들이다. 그러나 서로 전혀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내가 정한 관점에 따라, 내 사진을 보는 사람들은 '강요당한 관점'을 수용당한다.
주먹으로 치는 것만 폭력이라고 보진 않을 것이다. 이런 강요, 예외없이 적용되는 규정들, 무관심한 일처리... 다 폭력적이다.
세상이 워낙 폭력적이라 사진의 폭력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르기 전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건 어쩌면 사진을 찍는 사람의 특권일지도 모른다. 그 특권을 잘 향유하다가 어느 순간 그 풍경에 칼을 대는 것. 그게 사진찍기다.

어쩌면 내가 사진을 찍으며 내 고민과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이유도 그것 때문일지 모른다.
세상이 내게 준 폭력적 상황을 그대로 되갚아 줄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떻게 볼지에 대해 내가 정한 규칙대로 만들어낸 사진들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일을 한다.
내가 본 것을 똑같이 보라고 강요한다.

난 폭력적인 사진을 찍는다.


(2006년 11월 12일 일요일, 경기도 파주 평화 누리, Kiev-6c, Vega-12B 90mm 2.8, Ilford Pan F 50 / 12 Exp., CuFic Normal Film Scan, Adobe Photoshop CS2에서 먼지 제거, Adobe Lightroom 4.1 Beta에서 크기 변환) Posted by Picasa

2006년 11월 13일 월요일

내 마음에 비친 세상.

 심란하다.
맑게 세상을 보고 싶었는데 이런 저런 것들이 그 위로 지난다.

회사에서 일을 하고, 또 주변 사람들의 회사 생활(특별히 "회사"라고 하지 않더라도 돈 받고 나가 일하는 모든 곳의 생활!)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다들 착하고 좋은 사람들인데 일과 관련되어 만나면 원수만큼 싫어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많이 생각한다.
어떤 만화에서 "착하게 사는 것은 쉽지만 바르게 사는 것은 어렵다"는 말이 나오던데 딱 그말이 맞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만나 취미를 이야기하거나 술을 함께 마시면 다 좋고 착한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이 업무와 입장의 차이로 인해 정말 옳은 일만 하고 있는지는 참... 모르겠다.

누군가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이 보기에 나 역시도 바르지 않게 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맑게 세상과 사람들을 비치고 있던 마음 속에 낙엽들이 떠다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 낙엽들도 물을 흐리기 전까지 참 예쁜 낙엽이었는데...


(2006년 11월 4일 토요일, 경기도 양평 유명산 일주 도로 중 공군 부대 입구 부근, Zeiss Ikon Contaflex Super BC, Carl Zeiss Tessar 50mm 2.8, Kodak TMax 400 / 36 Exp., Konica Minolta Dimage Scan Dual 4에서 컬러 네가티브 스캔, Adobe Lightroom 4.1 Beta에서 흑백 변환) Posted by Picasa

여길 지나면 밝아질까?

 간혹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이 사진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옆을 보지도 못하는 이런 곳을 철퍽거리며 쭉 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
저 끝도 보이고 그 끝이 밝기도 한데 밝은 덕에 뭐가 있는지는 보이지 않는...

저기까지 가면 정말 밝기는 한걸까?
저기에 가면 정말 넓은 세상이 있긴 한걸까?
저기에 가면... 하늘을 볼 수 있을까?

저기에 꼭 가야하고 그것만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지금 여긴 뭘까?
여긴 그냥 지나야 하는 곳인가?
그냥 빨리 지나는 게 좋은 곳일까?

누가 답을 말해주면 좋을텐데...
먼저 여길 지나 저기에 간 사람들의 모습은 저기가 너무 밝아 보이질 않으니 대화할 수 없는데...
내가 저기에 닿으면 난 내 뒤에 오는 사람에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어서 와서 함께 행복해지자고...


(2006년 11월 4일 토요일, 경기도 양평 유명산 일주 도로에서, Zeiss Ikon Contaflex Super BC, Carl Zeiss Tessar 50mm 2.8, Kodak TMax 400 / 36 Exp., Konica Minolta Dimage Scan Dual 4에서 컬러 네가티브 스캔, Adobe Lightroom 4.1 Beta에서 흑백 변환) Posted by Picasa

내가 좋아하는 밤나무.

 별 계획 없이 가는 양평의 유명산 일주 도로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참 많다. 그 중에서 이 나무는 그냥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나무이다.

유명산 일주 도로를 따라가다 멀리 마을 소리가 들리는 곳의, 지금은 담벼락만 남은 집터에 있는 나무다.

꽤나 큰 밤나무인데 밤이 크게 열리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냥 작은 밤톨들이 가을이면 많이 떨어진다.
낙엽도 나무 덩치에 맞게 엄청나게 많이 떨어져서 주변을 온통 폭신하게 만들어준다.
그렇다고 나무 주변을 압도할만큼 크진 않다. 그저 적당하게, 주변의 나무들과 숲을 이루지만 그 존재감은 확실하게, 그렇게 적당히 크다.

하지만 내가 이 나무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런 것들 뿐이 아니라 그 생김새 때문이기도 하다.
무슨 일을 겪으며 자랐는지 이리 저리 많이도 꼬여있다. 그 덕에 꼬인 가지들을 따라 하늘을 향해 눈길을 옮기려면 여간 집중해서 봐야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집중해서 나무의 꼭대기까지 올라가다보면 유명산에 올만큼 쌓아 놓았던 생각들이 잊혀진다.
간혹 그렇게 따라 올라가면서 혼자말처럼 말을 걸어보기도 한다. 답을 주진 않지만 대답을 꼭 듣지 않아도 내 생각들을 정리하는데는 도움이 된다. 정답을 들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여름이면 여름대로, 가을이면 가을대로 보기가 좋은 나무이다.

겨울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이번 겨울엔 잊지 않고 보러 가야겠다.


(2006년 11월 4일 토요일, 경기도 양평 유명산 일주 도로에서, Zeiss Ikon Contaflex Super BC, Carl Zeiss Tessar 50mm 2.8, Kodak TMax 400 / 36 Exp., Konica Minolta Dimage Scan Dual 4에서 컬러 네가티브 스캔, Adobe Lightroom 4.1 Beta에서 흑백 변환) Posted by Picasa

2006년 11월 10일 금요일

마지막 가을이 주고 간 색.

 가을이라고 여기 저기 헤매고 다니며 사진을 많이도 찍었다. 대관령에, 백담사에, 오대산에 돈을 뭉태기로 써가며 이리 저리 다녔는데 정작 맘에 드는 사진은 별로 얻질 못했다.
워낙 실력이 모자라기도 하지만 가을이라고 욕심이 앞서서 그런 건지 더 맘에 들지 않는다.
그나마 이번 가을에는 중형 카메라를 애용하느라 렌즈 바리 바리 싸들고 다니지 않은 것은 좋다.
어깨가 편안하니까...

가을이면 역시 원색이 즐거운 계절인데 이번 가을엔 단풍들이 좀 칙칙해 보인다.
TV에서 하는 말을 들어보니 가물어서 그렇다고 하던데...
흠... 가뭄 때문이면 더 잘 말라서 색이 잘 나오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오랜만에 본가에 가서 이런 색을 담아왔다.

 양지 본가는 집이 좀 이상하게 앉아 있어 현관 쪽에 볕이 더 잘 든다. 그래서인지 현관 쪽에서 자라는 이 담쟁이는 아직도 싱싱한 녹색을 보여준다.
싱싱한 녹색과 빨간 색이 함께 있으니 참 보기 좋았다.

가을 색은 멀리 있지 않았다. 주말에 찾아가던 본가 마당에 가을 색이 있었다.

혹시 내가 가을 내내 칙칙한 단풍들을 보러 돌아다녔기 때문에 이 색을 알아봤는지도 모르겠다.
그랬다면... 다행이고...

어쨌든 멀리 갈 때마다 기름값에 고속도로 통행료에 주머니가 거덜 날 지경이었는데 본가 마당에도 찍을 게 많으니 작게 "히죽" 웃게 된다.

"히히, 돈 굳었다."


(2006년 11월 5일 일요일, 경기도 용인시 양지면 본가 마당에서, Kiev-6c, Vega-12B 90mm 2.8, Fuji Reala 100 / 12 Exp., CuFic Normal Film Scan)

(2006년 11월 5일 일요일, 경기도 용인시 양지면 본가 마당에서, Kiev-6c, Vega-12B 90mm 2.8, Fuji Reala 100 / 12 Exp., CuFic Normal Film Scan, Adobe Lightroom Beta 4 Build 264255 에서 크롭) Posted by Pica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