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29일 월요일

장이 끝난 자리

한 동안 사진을 찍으러 강원도에 못 갔더니 몸이 근질 근질해서, 그래서 무작정 떠나서 간 정선.
운 좋게도 장이 서는 날이라서 장 구경을 열심히 할 수 있었다.
원래 2일, 7일이 정선 장날인데 늘 제대로 기억을 못하고 산다.
핑계라면... 다른 기억할 거리가 너무 많아서... ^^;;;

점심 때 도착을 해서 우선 밥을 먹고 장 구경을 하자고 합의를 했고 또 동행한 친구가 얼마 전 정선에서 선지국을 맛있게 먹었다는 말을 하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배가 고프면 원래 아무 생각 없다. 영리나 나나 다... ㅋㅋㅋ) "그럼 우선 선지국부터 먹자. 배고프다." 이러고 선지국 한 그릇 씩을 먹었는데 배도 고프고 맛도 있고 해서 냉면 그릇만한 선지국 그릇을 싹싹 비웠다.

그런데... 그런데... 이게 실수였다. 어흐흑...

장 속에 어찌나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이 많은지...

메밀 부침, 족발, 콧등치기 국수, 과자, 올챙이 묵, 녹두전...

동행한 친구는 원래 군것질을 좋아하지 않아 별 갈등이 없어보였지만 영리와 나는 배가 불러 먹어보지 못하는 걸 정말 아쉬워했다.

진짜... 아쉽다. 다음엔 꼭 밥 굶고 가야 겠다고 다짐한다.

특히 시장 한 가운데서 부쳐 파은 녹두전은... 저 멀리서부터 고소한 기름 냄새에 사람 힘을 쪽쪽 빼놓았다. 어흐흑...

뭐, 아무튼 그렇게 침 질질 흘리며 장 구경을 하고 사진 찍고 하다 근처에 경치 좋은 곳을 갔다가 돌아오니 이렇게 장이 파해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물건 챙기고, 정리하고, 청소하는 사람들과 물건을 옮기러 온 차들 외엔...
이제 배도 다시 고파졌는데, 이제 다 먹어줄 수 있는데하며 입맛만 다시다 집으로 떠났다.

집으로 떠나기 직전 물론 장터에 있는 식당(분식집?)에서 콧등치기 국수로 저녁을 해결하고 왔지만 역시 아쉽다. 허허허...

떠나오는 길에서 본 장터는 참 쓸쓸했다. 밤이 일찍오는 산촌이라 더 그렇고 해가 지면 추워지는 곳이라 더 길엔 사람이 없었다. 다만 "과연 저 옷이 팔릴까" 생각이 드는 양품점(!)의 창에서 나오는 빛이 있었다. 좁은 인도를 비치는...


(2007년 1월 27일 토요일,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정선 장터, Sigma SD10, Sigma 12-24mm 4.5-5.6 EX DG, SPP 2.1)

나무

나무를 주제로 사진 찍겠다고 나선 첫 날 그나마 나무를 찍은 사진이다.
주제를 정해서 사진을 찍는답시고 나무만 보면 카메라를 들이 댔는데...
머리 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난 재능이 없나봐..." 였다.
이 사진이 그나마 좀 좋아보여서 블로그에 올리는데 귀찮아서 렌즈를 그냥 광각으로 찍은 게 좀 아쉽다. 나무 사이로 달이 제대로 보이게 찍었어야 했는데...
늘 찍고 나면 후회한다.
차에 카메라 가방을 두고 한 40미터 쯤 걸어간 이후라 다시 차로 가서 렌즈를 바꾸기엔 좀 귀찮았다. 이놈에 귀차니즘(!)을 버려야 하는데.
좋은 사진을 많이 찍는 사람들을 보면 여간 부지런한 게 아니다.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찍고 또 찍고, 삼각대도 세우고, 렌즈도 바꾸고...
어찌 보면 그런 부지런함과 성실함의 보상이 좋은 사진인데 이거 원...

다 알면서 안하는 게 제일 나쁜데 내가 요즘 "제일" 나쁘다. 허허허...
이러니 사진이 맨날 거기서 거기지...

다시 가서 다시 찍어 볼까... 쩝...


(2007년 1월 27일 토요일, 강원 정선 가수리, Sigma SD10, Sigma 12-24mm 4.5-5.6 EX DG, SPP 2.1)

2007년 1월 17일 수요일

나의 아버지

지난 일요일은 아버지의 칠순이셨다.

못난 자식들 때문에 제대로 잔치를 열어드리지도 못하고 가족들만 모여 점심 식사를 했다.
이리 생각하고 저리 생각해도 죄송하다.

긴 긴 세월 동안 나와 내 형제들을 위해 수고하셨는데, 이제 자식들이 뭔가 해드릴 때인데도 그렇게 하질 못하고 있다.

때로는 엄하게 때로는 한없는 사랑을 담아 길러 주셨다.
철없는 당신 자식들 때문에 마음 아파하신 일도 셀 수 없고 모자란 당신 자식들 때문에 상처받으신 일도 셀 수 없다.
늘 우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셨던 것 같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기대하시는 만큼을 채워드리고 싶었지만 내가 그렇게 했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늘 죄송하고 가슴 아팠다.

다른 집 자식들처럼 풍족하게 해드리진 못해도 늘 뭔가를 해드리고 싶다.
그리고 늘상 그러지 못하는 내 자신에 답답함을 느낀다.

내 자신이 결혼을 하고 "무한 책임"이 뭔지를 조금씩 알게 되면서부터 오랜 세월 동안 아버지께서 가족을 위해 희생하신 많은 일들이 하나 하나 기억난다. 아버지께서 가지셨던 많은 꿈들, 희망들이 가족들의 행복을 위해 없던 것으로 돌아가 버렸을 것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내가 지금 아버지의 젊은 시절보다 훨씬 더 풍족하게 살고 있음에도 모든 희망을 다 이루지 못하는데 아버지께서는 더 어려운 생활에 아주 많은 꿈들을 접어 놓으셨을 것이다. 그런 희생 위에 나와 내 형제들이 자랐는데 아직도 난 그 보답을 시작도 못하고 있다.
늘 죄송하고 마음 아픈 일인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니 더 견디기 힘들다.

살아오면서 아버지, 어머니께 한번도 살가운 표현을 한 기억이 없다.
늘 아버지, 어머니께서 주시는 사랑과 보살핌을 당연한 것으로만 생각했다.

만족스러워질 가능성은 전혀 없지만 이제라도 노력해야겠다.
이제라도 노력해야겠다.

(대체 왜 학교에선 이런 일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알려주지 않은 걸까? 혹시 다들 알고 있는데 나만 모르는 걸까?)


(2007년 1월 14일 일요일, 경기 수원 화춘옥에서, Sigma SD10, Sigma 24-70mm 2.8 EX DG Macro, Adobe Lightroom 4.1 Beta, Google Picasa2 흑백 변환)

2007년 1월 12일 금요일

내 마음의 파문

 원래 내 마음은 저 물 처럼 보이는 그대로 비춰주고 있었는데(^^;;;) 요즘 여기 저기에서 날아오는 돌들 덕에 보일듯 말듯 물결이 생긴다.
이 물결들은 어찌된 게 퍼지면서 점점 없어져야 하는데 없어지지도 않고 이리 저리 반사되고 곂쳐서 커지기만 한다. "내 마음" 속에서 생긴 물결이라 그런지 성질이 고약하다. 허허허. 어쩌겠어. 내가 성질이 그 모양인 걸.

길을 걷다 제대로 관리 안된 보도 블럭을 봐도 그렇고,
버스를 기다리는 줄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걸음을 방해하도록 직각으로 줄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도 그렇고,
자기 마음에 안든다고 규정도 없이 다른 사람 일을 방해하는 사람들도 그렇고,
좌석 버스 좌석에서 다리 찍 벌리고 앉아 옆 사람 방해하는 개념 없는 학생을 봐도 그렇고,
생각 한 번 제대로 해보지 않고 "그 작자"가 말을 꺼냈으니 절대 못 봐주겠다고 하는 작자들도 그렇고...

다 마음에 안들어 미치겠다.

물결이 생겨도 딱 저 만큼만 생기면 좋을텐데... 마음 넓이가 찻잔만해서 그런지 일어났다하면 태풍이다.
찻잔 속의 태풍.

이러니 내가 살이 찌지... 이거 견디려면 먹어야 하니까. 당연한 거 아냐?


(2006년 12월 23일 토요일, 경기 양평, Nikon FM2, Nikkor 50mm 1.2, Kodak E100VS, Konica Minolta Scan Dual 4, Adobe Lightroom 4.1 B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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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 10일 수요일

피안의 세계

 늘 꿈꾸는 것인데 이런 평화로운 풍경이 있는 곳에서 살고 싶다.
이런 풍경을 매일 보면 살은 좀 찌겠지만 스트레스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내 성격상 스트레스를 받으면 뭔가 먹어서 풀기 때문에 이런 풍경에서 살면 살이 더 빠질지도 모른다. 허허허...

운 좋게도 집 사람 역시 이런 풍경에서 살아보는 것이 꿈이라(주변을 보면 "백화점이 30분 거리에 있지 않은 곳에선 살지 않겠다고 하는 아내와 사는 친구들도 많다. 난 운이 좋다. ^^) 자주 이런 풍경이 있는 곳으로 여행을 다니는데 그런 풍경을 볼 때마다 부근에 부동산이 없는지 찾게된다.
어디 땅투기할 처지는 아니지만 조그만 땅이라도 사둬야 나중에 여유 생기면 집도 짓고 살 수 있지 않을까해서다.
땅 값이 맨날 올라가는 나라에서 살고 있으니 집은 나중에 돈을 모아 짓더라도 땅은 미리 사둬야 할 것 같은데 여윳돈이 없기는 지금이나 나중이나 달라질 것 같지 않아 고민이다.

어디든 땅을 사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으니 맨날 풍경 보고, 부동산 간판 보고(들어가 물어볼 용기도 사실 없다. 낙심만 하게 될까봐...)를 반복하며 여행 다닌다.
이러다 풍경 좋은 곳은 다 보내버리고 이상한 곳에서 고약한 풍경만 처다보며 살게 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기도 하다.

아... 투기는 고사하고 컨테이너 박스 올릴 땅이라도 살 돈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2006년 12월 23일 토요일, 경기 양평, Nikon FM2, Nikkor 50mm 1.2, Kodak E100VS, Konica Minolta Scan Dual 4, Adobe Lightroom 4.1 B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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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퍼런 바다 앞에서

요즘 정말 정신이 없다. 능력이 모자라는 사람에게 프로젝트를 2개나 하라고 하니 정신이 없을 수 밖에...
내 능력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그렇고 개인 생활도 그렇고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더 부지런을 떨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니 나 자신에게도 짜증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불편을 주고 그런다.
반성해야하는데, 늘 반성하고 고치며 살아야 하는데 제대로 그러질 못하고 있다.

그나마 새해들어 계획으로 삼은 것들 중 한 가지만 계속하고 있다.
매일 매일 일기 쓰기.
이것이라도 올해 내내 계속해야 하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어찌되었건 일기라도 쓰니 매일 매일 자기 전에 하루를 돌아 볼 기회가 생긴다.

너무 너무 날씨가 좋은 날 바다를 보면 그 색이 어떻게 말로는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다. 그래서 사진이 필요하다. 내 눈으로 본 것을 오래 오래 기억하고 이야기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런 색의 바다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으면 날 돌아보게 된다. 저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잘 즐기며 살고 있는지. 저렇게 아름다운 장면을 즐길만한 행동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이래 저래 반성하는 것이긴 한데 문제는 그 반성이 그리 오래가질 못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망각의 동물이고, 까먹어야 정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가끔 "너무하네, 정말" 이라는 말이 튀어 나온다.

지난 연말부터 내가 가진 많은(?) 카메라들 중 두 세 개만 남기고 모두 정리-팔아버린다는 이야기-하고 있는데 어제 겨우 한 세트를 팔았다. Zeiss ikon Contaflex Super BC라는 기종인데 몇 일 고생하며 팔 가격을 낮춰 겨우 팔았다. 잘 팔리지도 않을 싸구려 카메라들을 왜 이리 많이 사모았는지...
집 사람 말이 맞는 것 같다.
정말 좋은 카메라 하나로 주구장창 오래 오래 쓰라는 말.
다 정리하고 정말 좋은 필름 카메라와 정말 마음에 드는 디지털 카메라 하나만 남기고 싶다.
그래야 그나마 떨어지는 사진 실력을 좀 변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어쩌면 앞으로도 쭈욱 "연습 중"이라고 말이다.
문제는 내가 이런 결심을 이번에만 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망각의 동물"인데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보면 이성적 사고 기능이 멈추는 특이한 현상을 경험하고 있어서 이런 결심을 오래 기억하기 힘들다.
그래도 다 정리하고 나면 마음은 편할 것 같다. 사진을 찍으러 나갈 때 뭘 들고 나갈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혹시 이런 생각... "아주 좋은" 카메라를 새로 사겠다는 의욕에 갖게 된 게 아닌지 의심한다. 나도 나 자신을 믿기 힘드니... 이거, 원...)


(2006년 12월 3일 일요일, 경북 울진 강구 항 부근, Nikon FM2, Nikkor 50mm 1.2, Kodak E100VS, Konica Minolta Scan Dual 4, Adobe Lightroom 4.1 Beta)

2007년 1월 1일 월요일

새해엔...

 


새해엔 모든 사람들에게 기쁘고 행복하고 즐거운 일들만 일어났으면 좋겠다.

집을 사고 싶은 사람에겐 널찍하고 경치 좋고 공기 좋은 곳에 있는 집이 적당한 값에 나타났으면 좋겠고,
차를 사고 싶은 사람에겐 디자인 멋지고 기름 거의 안먹는 차가 싼 값에 나왔으면 좋겠고,
결혼을 하고 싶은 사람에겐 애인과 애인 집에서 결혼을 하자는 말이 저절로 나왔으면 좋겠고,
아이를 낳고 싶은 사람에겐 순하고 잘 안울고 강철처럼 건강한 아이가 태어났으면 좋겠다.

그다지 열심히 2006년을 보낸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잘 살아 남아 2007년을 본다.
내년에도 오늘 내가 바라고 결심했던 것들을 돌아보며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자, 다시 뛰어볼까...


(2006년 12월 2일 토요일, 경북 경주 감포항에서, Meopta Flexaret VII, Meopta Belar 80mm 3.5, Fujichrome Provia 100F / 12 Exp., CuFic Normal Film Scan, Adobe Lightroom 4.1 B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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