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16일 금요일

쌀쌀한 가을 밤, 퇴근 길의 낙엽.

 

요즘 해가 많이 짧아져서 퇴근을 하면 이렇게 해가 다 지고 난 후의 모습만 볼 수 있다.
집 앞 지하철 역에서 집까지 가는 길은 이렇게 공원을 지나기 때문에 고맙게도 낙엽을 볼 수 있다.
두툼하게 깔린 모습을 보니 이제 얼마 있지 않아 저 위에 눈이 덮이겠구나하는 생각도 든다.


(2007년 11월 14일 수요일, 서울 성산동 월드컵 경기장 공원, Canon PowerShot S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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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13일 화요일

부탁

난 누군가에게 부탁을 할 때 꼭 지키는 한 가지 원칙이 있다.
내게 부탁받는 사람이 내 부탁을 거절할 수 있느냐 없느냐이다. 부탁받는 사람이 부탁을 거절할 수 없다면 그건 더 이상 부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보기에 내 부탁을 부담없이 거절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부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내가 어떤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이 내 부탁을 당당히, 편하게, 쉽게 거절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것은 순전히 내 판단이기 때문에 이 판단에서 오류가 발생하면 참 난감하다.
난 분명히 내 부탁을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부탁을 했는데 어떤 이유에서건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내 부탁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을 텐데 내가 그걸 금새 알아차리지 못해(한 마디로 내 눈치가 밥통이라서) 계속 부담을 주게 되는 경우가 있다.

올해 초에 그런 비슷한 잘못을 저지르고 난 후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하는 일이 많이 어려워졌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주변 사람들에 대한 내 "친분 관계 판단"에 믿음이 없어졌다.
그래서 부탁하는 것에 부담이 많아졌다.
원래(아무리 아니라고 부정해도) 부탁이라는 게 어느 정도 내 부담(앞에서 말한 부담과는 좀 다른)을 줄이기 위해 하는 일인데 부탁을 하면서 또 다른 부담이 생기니 이거 정말 스트레스다.
회사에서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에게도 그렇다.

예전에 어떤 분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다.

"다른 사람에게 뭔가 해줄 때는 평생 똑같이 해줄 수 있는 것만 해야 한다. 그래야 기분 좋게 해줄 수 있다."

정말 가슴에 와 닫는 내용이라 내가 지킬 중요한 원칙 중에 하나로 편입시켰는데 요즘 이 말이 얼마나 지키기 어려운 말인지 새삼 느낀다.

부탁은 Give and Take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혹시 잘못된 생각이 아닌지 곰곰히 돌아보고 있다.

다른 사람의 "거절할 자유"를 제대로 존중하고 싶다.
내가 그런 대우를 받고 싶기 때문이다.

2007년 11월 12일 월요일

초음파 사진


아기가 벌써 이렇게 자랐다.
이제 13주가 지났는데 저렇게 사람 꼴을 하고 있다.
초음파 진단을 하는 동안에도 이리 저리 몸을 뒤척이면서 움직인다.
아기가 움직이는 것을 화면으로 보면 이상하게 눈물이 난다.
진단하는 의사에게 보이기 싫어서 꾹 참고 있지만 그래도 눈물이 난다.

빨리 보고 싶다.

이 녀석, 너에게 보여줄 세상이 너무 많다.


(2007년 11월 10일 오전 9시 6분, 서울 봄 산부인과)

단풍 관광

 

집 사람이 애기를 갖고 난 후 여행을 거의 못 다니고 있었다.
워낙 노산이라 병원에서도 조심하라고 말하고 아내 역시 차를 오래 타면 배가 땡긴다고 해서 여행을 가기엔 간이 너무 떨려서 말이다.
그런데 이제 한 3개월이 지나고 나니 조금씩 움직일 수 있는 모양이라 부모님을 모시고 "단풍 관광"을 다녀왔다.
원래 목표는 경북에 있는 불영사를 다녀오는 것이었는데 그건 너무 무리한 일정이라 부근에 갔다가 그냥 차를 돌렸다.

단풍 관광이니 멋진 단풍 사진을 보여야 하는데 디지털로 찍은 건 이것 뿐이다.
필름으로 여러 장을 찍었는데 필름은 아직도 현상을 안해서 보질 못하고 있다.
이 게으름은 언제나 고쳐질지 모르겠다.
하긴 사람 성격이라는 게 늘 "세트"로 바뀌는 법인데 게으름이 고쳐지면 뭔가 다른 단점이 나타날 것이다.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한 여행이었는데 기분이 참 좋았다.
친구들과 사진을 찍기 위해 돌아다니는 것과는 뭔가 다른 기분 좋음이다.
편안하고 즐거운 뭔가가 있다.

(2007년 10월 27일, 경북 강구항, Canon PowerShot S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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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길을 달린다면...

 

정해진 길을 잘 달리는 전동차처럼 산다면 고민들이 다 없어질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고 느끼고는 있지만 그래봐야 그게 허망한 꿈이자 착각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어느 날 퇴근을 하다가 열차를 갈아타는 삼각지역에서 집으로 가는 열차를 기다리며 찍은 사진이다.
평소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거의 절대로 카메라를 꺼내지 않는 성격인데 이날은 간단히 반주로 먹은 술의 영향인지 혼자 씨익 웃으며 똑딱이를 꺼내 이 사진을 찍었다.
한 두어장을 찍고 나서 가방에 카메라를 넣으면서 보니 주변 사람들의 얼굴을 "쟤, 뭐야?" 이런 표정이었다.
쑥스러워 이리 저리 돌아다니다 열차를 탔다. 사진찍을 때 옆에 있던 사람들이 타는 객차와 좀 떨어진 객차로...

매일 매일 어떤 선택을 하고 그 결과를 기다리거나 견디며 사는 건 누구나 같다.
그 선택의 결과를 어떻게 기다리는지는 다들 다르긴 해도 말이다.

요즘 대통령이라는 "선출직 공무원"이 되기 위해 이리 저리 "선택"과 "무리수"를 남발하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인데...
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너무 부족해서 누굴 찍어줘야 할지 모르겠다.
대통령이 되면 "결정"과 "선택"의 원칙으로 뭘 사용하겠다는 말이 필요한데 말이다.
그걸 알려줘야 찍어주던, 후원금을 주건 할 것이 아닌가.
그냥 "다 잘할게"라니... 그게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할 말인가?
하다 못해 초등학교 반장 선거에 나가도 "다 잘하겠다, 열심히 하겠다"라는 말은 한다.
군대에서 내무반장이 되도 "어떻게" 결정하고 이끌겠다는 말은 하는 법인데...
이건 뭐 맨날 뭐 짓겠다, 다리 놓겠다, 도로 만들겠다이니...
하긴, 땅 파서 운하 만들겠다고 하는 것보다는 그 쪽이 더 좋긴하다.

내가 매일 하고 있는 선택에 대해서도 뭔가 지침서같은 것이 있거나 철길처럼 튼튼하고 확실한 지향점이 있으면 좋겠는데 아직 그런 것을 보는 법이 내겐 없다. 얼마나 더 노력하고 선택해야 그런 것이 보일지 모르겠다.
"행복"하게 "잘" 살자고 말하는 아내가 혹시 그런 목표를 알고 있는 걸까? 오늘 집에 가면 물어봐야겠다. 혹시 아느냐고.


(2007년 10월 29일, 서울 삼각지역 플랫폼에서, Canon PowerShot S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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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7일 수요일

야근

 

정신 없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다보면 야근할 일들이 자주 생긴다.
야근이라는 것을 해보면 늘 정신적으로 피폐해진다. 쉬어야 할 시간에 일을 하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되지만 그게 주는 피해는 참 만만하지 않다.
일단 짜증과 무신경, 무성의가 눈에 띄게 늘어난다. 그 덕에 주변 사람들에게도 상처주는 말들이 자주 튀어 나가고 그렇다.
그래서 난 어떻게 하든 야근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노력에 노력을 해도 프로젝트를 하다보면 하게 된다.
어떻게든 야근이 주는 스트레스를 피하려고 하지만 내 부족한 인성 덕에 그것도 잘 안된다. 그저 내 몸이 힘드니 얼굴을 찡그리고 다닌다.

이런 내 부족함 덕에 제일 피해를 보는 사람은 아무래도 집 사람이다. 늘 내 얼굴을 살펴보는 사람이니 당연하다.
늘 미안하다. 이것 때문에 직업을 바꿀까도 생각한 적이 있지만 그것 역시 보통의 노력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니 참 한숨만 나온다.

야근을 마치고 밤 11시가 넘어 집에 들어가는 길에 집 앞 다리를 건너며 찍은 사진이다.
야근하느라 피곤한 내게 개천이 준 선물이라면 선물이다.
이런 밤 안개를 자주 만날 수 있는 곳에서 살아본 적이 없어서 더 그렇다.

이런 장면을 만나게 해준 자연이 고맙다.


(2007년 10월 23일, 서울 마포 성산동, Canon PowerShot S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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