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15일 일요일

감자 꽃

한 달 전 쯤 다용도 실을 청소하다가 겨울 동안 안 먹고 남겼던 감자에서 싹이 올라온 것을 발견했다.
중고등학교 시절 실과 시간에 감자에 싹이 나면 독이 생긴다고 배웠던 터라(나름대로 공부는 못해도 성실한 학생이었다. 나름대로는...) 버리려고 따로 꺼냈는데 기왕 싹이 났으니 심어보자고 영리와 이야기를 하게 됐다.
그 날 마침 강아지의 미용을 맡기러 나간 김에 화분과 흙을 사왔다. 사실 화분은 그냥 덤으로 얻었다. 흙을 사니 버리려고 하는 화분을 그냥 가져가라고 했다. 그렇게 그냥 저냥 가져온 화분과 기대없이 사온 흙(퇴비도 들어 있는 흙)을 써서 불성실하기 짝이 없게 싹이 난 감자 3개를 화분에 심어 놓았는데 어느덧 자라 감자 꽃이 피었다.

베란다 구석에 놓고 일주일에 한 두번 물을 줬을 뿐인데 거의 1m 정도를 자라더니 저렇게 꽃이 피었다.
영리나 나나 감자 꽃은 생전 처음 본다.
둘 다 도시에서만 자랐으니 저런 "농작물"이 어떻게 자라는지 본 적이 없다.
게다가 워낙 크게 자라길래 둘이서 "이건 감자 나무야" 이러고 있었는데...

꽃이 생긴 것으로 봐서는 풍매화가 아닌가 싶은데 잘 모르겠다. 아직 동네에 벌이 날아다니지는 않는데... 아무튼 잘 자라는 것을 보니 올 가을엔 집에서 기른 감자를 먹어보는 것은 아닌가 하는 기대가 생긴다.

전에 처형께서 주신 화분을 기른 적이 있었다. 사막에서 자라는, 말 그대로 1년에 한 번 물 주면 잘 자라는 식물로 구성된 화분이었는데... 우리 집에서 죽었다. 나름대로 잘 기른답시고 한달에 한 번씩, 그것도 나 한 번, 영리 한 번 이렇게 줘서 썩혀서 죽였다.
아마 살아 있는 것들은 약간 무관심해야 하는 모양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번에 감자를 심고서는 갑자기 회사 일이 바빠져서 신경을 제대로 못 쓰고 있었다. 아마 그래서 잘 자란 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감자는 땅 속에서 뿌리에 생기는 것일텐데 어떻게, 왜 꽃이 피는 건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지식의 보고 네이버에 물어봐야 겠다.
심을 때도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지 몰라서 네이버에서 찾아 심었는데...


(2007년 4월 15일 일요일, 경기도 용인 죽전 집 베란다, Sigma SD10, Sigma 24-70mm EX DG Macro, SPP 2.1 for Mac OS X, AppleRG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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