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13일 금요일

스리랑카 출장 #1



얼마 전에 회사에서 스리랑카에 출장을 다녀왔다.
사실 업무로 해외에 나가면 일이 신경 쓰여서 주말에도 제대로 돌아다니지 못하는데 역시나 이번 출장에도 그랬다.
무려 3주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구경 다닌 곳은 딱 2곳 뿐이다.
그러니 사진도 별로 없고 추억거리도 그냥 그렇다.

우리 나라보다 선진국으로 출장을 가면 일하는 곳 주변에도 구경할 곳이 많은 경우가 있는데 스리랑카는 그렇지는 못했다.
콜롬보에서 제일 좋은(?) 지역에서 일을 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바로 옆에 콜롬보 대통령 궁이 자리를 하고 있어서 사진도 맘대로 못 찍고 그랬다.
게다가 내전이 진행 중인 나라인지라 밤에(퇴근 후에) 맘 편히 걸어 다니기도 힘들었다. 사실 그냥 다니는데 아무 문제도 없겠지만 테러라도 당하면 골치 아픈 일이라...
내전 중이라고는 하지만 우리 나라가 휴전 중인 것과 그다지 다른 느낌은 아니였다. 사람들도 그렇고...
다만 길거리에 경찰과 군인들이 많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람들이 모두 실탄을 장전한 총을 들고 있다는 것이 좀 다를 뿐이었다. 하긴 우리 나라도 실탄을 장전한 총은 들고 다니니까...
아, 그리고 가끔 현지 신문에 반군이 테러를 위해 폭탄을 수송하다가 적발된 내용이 나기도 했다. 내가 콜롬보에 있는 동안 2번 그런 일이 있었다. 그래봐야 남의 나라(진짜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흘려 듣고 말아버리긴 했지만.

스리랑카는 알다시피 불교 국가이다. 하지만 현지에서 보니 의외로 무슬림과 기독교도도 많이 있었다. 수도인 콜롬보에 여기 저기 교회와 모스크가 있었고 무슬림 특유의 옷차림을 한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어쨌거나 종교적으로는 서로 잘 살고 있는 모양인데 나야 그 내막을 잘 모르겠다. 그저 역외인으로 본 느낌으론 그렇다. 특별히 종교적인 차별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하지만 역시 전통적인 불교 국가라서 여기 저기 불교적인 색채가 매우 강했다. 특히 매달 음력 보름이면 “Poya day” 라고 해서 불교의 전래를 축하는 휴일이 있었다. 직장인 입장에서 보면 휴일이 많으니 좋긴 한데 여행자 입장에서 보면 아주 불편한 일이었다. 어떤 상점도 이 날엔 일을 하지 않고 노니... 게다가 TV도 불교와 관련된 프로그램만 방송을 한다.

물가는 아주 싸서 한끼 식사를 해결하는데 우리 돈 2000원 정도면 충분하다. 물론 그러려면 현지인들이 먹는 스리랑카 음식을 먹어야 한다. 나는 워낙 음식을 가리지 않아 뭘 먹어도 좋았기 때문에 상관이 없었는데 함께 갔던 회사 사람은 그렇지가 않아서 비싼 서양식 음식을 먹었다. 서양식 음식은 적어도 우리 돈 5000원 이상을 줘야 먹으니 한국에서 먹으나 거기서 먹으나 물가 차이가 나질 않는다.
식사는 그렇고 열대 과일은 아주 아주 싸서 나 같은 사람에겐 행복 그 자체가 될 수도 있는 곳이었다. 길거리의 과일 가게에서 파는 과일 가격이 아주 황당하게 쌌는데 망고의 경우 12개에 우리 돈 2000원이 되질 않았다. 물론 다른 과일들도 많았는데 다 사먹어 보진 못했다. 어쩐 일인지 일행들은 과일조차 먹질 않아서...

아무래도 우리보다 국민 소득이 낮고 내전을 진행하고 있는 곳이라 도로나 기타 기반 시설은 불편하다. 특히 인터넷은 아주 느렸는데 어쩔 방법이 없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내가 일했던 곳이 스리랑카에서 제일 좋은 빌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가끔 전기가 예고없이 정전되서 황당했다. 그 덕에 현지에 설치된 서버와 네트웍 장비들의 수명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매우 밝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늘 웃고 친절하다.
어디선가 조사한 걸 보면 국민 소득과 상관없이 방글라데시와 스리랑카의 국민 행복 지수가 세계 1, 2위를 다툰다고 했는데 실제 사람들을 보니 그럴 것 같았다. 욕심을 많이 부리지도 않고 뭔가를 갖기 위해 아둥바둥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원래 열대 지방(사실 내가 간 기간은 스리랑카의 우기라 그리 덥지 않았다)의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먹을 것과 잘 곳이 쉽게 해결되기 때문에 아둥바둥 살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스리랑카 역시 그런 모양이다. 거기다 오래된 불교적 사고 방식도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어 보이기도 했다.

달랑 3주 동안 보고 느낀 것이니 정확하다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스리랑카 사람들이 조금 부럽긴 했다.
어디를 가나 잘 자란 나무들이 우거져 있고 거의 매일 내리는 비 덕에 길거리에 먼지도 없다.
숲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먹을만한 것들이 있고 4계절 추워지지 않으니 말 그대로 “이슬 먹고 은하수를 덮고 자는” 게 가능해보인다.

하지만 주말에 시간을 내서 Sigiriya라는 유적지(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 중 하나라고 했다)를 보니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사람들은 절대 아니었다. 현대에 유적지 주변을 정리하고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그렇고 유적지를 만든 솜씨도 상상을 초월한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우리가 석굴암이나 불국사를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자랑스러워할 만 했다.

말 주변이 변변치 않으니 내가 느끼고 본 것을 글로 표현하는 게 너무나 어렵다. 하지만 누군가 스리랑카 여행을 위해 내게 물어본다면 당연히 “엄지 손가락 들고“ 추천하겠다. 내전 지역 이외의 장소를 최대한 많이 다녀보라고 권하겠다.


(2007년 6월 18일 월요일, 스리랑카 반다라나이케(Bandaranaike) 국제 공항 입국장, Samsung Kenox S630, 박종관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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