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28일 월요일

준비

우리 회사 화장실에 가면 이런 말이 있다.

"봄에 씨를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얻을 것이 없다."

분명히 어디선가 수십 번은 들어본 말인데 늘 들을 때마다 새롭다. 아마 그 씨를 뿌린다는, 준비를 제대로 하고 살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우리 회사에서 내가 담당하고 있는 일은 늘 Project 단위로 진행이 된다. 그래서 각 Project들은 준비와 진행을 제대로 거치지 않으면 마지막에 꼭 문제가 생긴다.
예정된 시간에 철수를 못하던가, 아니면 예상보다 더 많은 인원을 투입해야 한다거나...
다 곰곰히 따지고 보면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다.
계약 과정에서 정상적인 자원 투입을 예상하지 않았다거나 투입 초기에 예상되는 문제를 다 뽑지 않았다거나...

늘 문제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형상이다.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들.
시한 폭탄이라고 볼 수 있는데 늘 똑같은 일이 벌어지니 진짜 골치 아프다.
차라리 농사 일처럼 정직하게 제 때 일하지 않으면 문제들이 당장 눈에 보일 수 있으면 좋은데 이게 그렇지도 않다. 끝까지 잘 가다가 마지막에 결과를 놓고 볼 때 문제가 생기니 그게 문제다. 허허허...

잘 만들어진 이런 곳을 보면 그 밭의 주인이 얼마나 부지런한지 바로 보인다.
땀 흘려 일하는, 그렇다고 우리 회사에서 하는 일에 땀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업종은 다 정직하다.
제일 보람있고 제일 스트레스 없는 일이 그런 일인 것 같다.

일을 쌓아두고 사는 요즘 정말 스트레스를 받는다. 지금 안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분명히 문제가 될 것이 보이니 더 스트레스 쌓인다.
분명히 열심히 일하면 다 해결이 되는 것인데 그러질 않고 있다.

언젠가 슬럼프에 빠진 사람에게 내가 "무조건 일하면 슬럼프에서 나올 수 있다"고 조언했는데 내가 지금 딱 그렇다.
회사 일도 그렇고 사진 찍기도 그렇고.

맨날 찍어도 누구 말처럼 "감동 없는, 예상 가능한 사진들"만 만들어내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돈들어가는 필름으로 찍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한장 한장 정성을 들여 찍어야 하는 필름을 사용하면 해결이 될지도 모르겠다.

사진을 찍는 일도 그저 카메라만 들고 나가는 요즘 같아선 준비, 실행, 평가로 이어지던 필름 시절 만들던 사진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가벼운 장면만 생산된다. 허허허... 여기도 "준비"가 문젠가...

갑자기 초등학교 시절 보이스카웃 구호가 생각난다. 군인처럼 거수 경례를 하며 붙였던 구호가 "준비"였다.

점심 먹을 준비나 해볼까...


(2007년 5월 19일 토요일, 강원도 평창 오대산 월정사 진입로 옆, Kodak DCS Pro SLR/c, Canon 24-70mm 2.8 L USM, Adobe Photoshop CS3, iPhoto 크기 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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