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 8일 화요일

밀리언 달러 베이비

밀리언 달러 베이비라는 영화가 화제인 모양이다.

아직 보진 못했지만 모건 프리먼이라는 배우를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특히 쇼생크 탈출에서- 아마 극장에서가 아니라도 보게 되긴 할 것 같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라는 말의 뜻이 의외의 장소에서 아주 소중한 것을 찾았다는 것이라는데 어제 찾은 필름에서 난 그런 것을 하나 찾았다.

어제 현상한 필름은 얼마전 아버지께서 주신 Asahi Pentax Spotmatic SP라는 카메라에 들어있던 것이다. 필름이 들어있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있길래 카메라는 수리를 맡기고 필름은 전부터 가지고 있던, 그러나 천대하던 로모에 끼워 회사의 사람들을 찍었다. 그냥 필름 버리긴 아까우니 찍는다는 심정으로...

그런데 어제 그 필름을 현상한 후 정말 의외의 결과를 얻었다. 사실 로모라는 카메라는 정상적인 카메라라고 하기가 좀 힘들다. 렌즈의 특이한 비네팅과 발색으로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거리를 맞추는 것도 목측식이라 지금 내가 찍는 사진이 정확히 촛점이 맞는지 알기도 어렵다.

사진을 찍다보면 그 결과를 상상하며 찍을 수 있어야 하는데 로모의 경우 그게 힘든 거다. 뭐 당연한 이야기지만 로모로 오래 찍으면 로모 특유의 왜곡을 예측할 수 있겠지만 그 동안 그렇게 예측이 가능할 만큼 로모로 사진을 찍어본 적이 없다.

어제 찾은 필름에 나온 사진을 보니 그 특이한 발색과 왜곡이 매력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 많은 사람들이 이 카메라에 열광을 하는 모양이다. 남들 다 아는 사실을 이제 알게 된 게 무슨 자랑이라고 여기다 쓰냐고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 사실을 들어서 아는 것이 아니라 느껴서 아는 것과는 천양지차로 다르다. 들어서 아는 것은 늘 한켠에 의심이 있지만 느껴서 아는 것은 의심이라는 것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변화하는 계기들을 보면 대부분 학습(들어서 아는 것)에 의한다기 보다 느껴서(경험해서) 이다.

요즘 우리 회사에서 "신사업"이라는 것을 계획하는 모양이다.

사실 내용을 보면 정말 진부하기 그지 없는 것인데 이제야(정말 작년에 다 이야기가 나왔던 내용들이다) 실제 "사업"으로 가치를 갖는 것을 보면 경영상의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들 역시 "경험"을 해야 바뀌는 모양이다.

작년에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그런 제품들을 하나도 써보지 못했던 사람들이라 그냥 관심없이 넘어갔던 것인데 1년 사이에 다른 회사에서 그런 제품이 나오고 써보게 되니까 그런 제품의 시장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것 같다.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사실을 상상으로 평가하는 능력.
이게 아마 경영자에겐 제일 중요한 능력이 아닐까 한다.
그런 감각이 있는 사람을 보고 아마 "동물적 직관을 가진 경영자"라고 하는 모양이다.

내가 로모의 가치를 모르며 몇 년을 지내다가 우연한 기회에 그 가치를 알게 된 것도 같은 것 같다. 나 역시 경험하지 못한 사실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었으니 우리 회사의 경영진을 욕할 자격은 없는 모양이다.

그저 다 잘됐으면 좋겠다.
우리 회사에 속한 모든 사람들이 "꿈"을 가질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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