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12일 화요일

경주 여행기 #2 - 감포의 일출

정말 오랜만에 "자고 오는" 여행을 다녀왔다.
원래 2달에 한 번 정도는 숙박을 하는 긴 여행을 가곤 했는데 갑자기 집사람에게 일이 생겨 올 하반기엔 그렇게 하질 못했다. 그 덕에 2006년 하반기엔 나 혼자만 죽어라 돌아다녔다.
혼자 혹은 친구들과 다니면 좋은 점도 있기는 있다. 하지만 좋은 장면을 볼 때마다 "이런 장면은 같이 보면 좋겠다"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 마음이 좀 불편했다.

그런데 이번에 집사람이 회사를 관두면서 시간이 좀 나서 여행을 갔다.
여행 제목은 "한영리 퇴직 기념 여행"이었다.
사실 솔직하게 실상을 밝히자면 우연히 친구가 밥먹는 자리에서 "여행가자"는 제안을 했고 팔랑귀인 우리 부부가 거기에 홀딱 넘어가 부화뇌동한 것이다.

그 친구 네 집이 경북 청도에 있어서 거기도 들러 올 겸해서 친구와 함께 토요일 새벽 1시 반에 떠났다.
토요일 새벽에 눈과 비가 내리는 고속도로를 교대로 운전해가면서 간 곳이 경주의 감포다. 경주시에 속하긴 했는데 경주 시내에서는 좀 떨어진 곳이다. 같이 간 친구가 사진을 찍으러 자주 들렀던 곳에 가서 찍은 사진이다.

감포항 초입에 있는 등대 옆에서 찍은 것인데 예전엔 군부대가 있던 자리라고 한다.
해가 떠오르는 것을 기다리면서 이리 저리 사진을 찍었는데 결국 해가 뜨는 것은 보질 못했다.

성질 급해서 떠오르는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돌아섰는데 그렇게 돌아서서 차에 오는 동안 해가 떠버렸다. 아쉬운 마음에 산에서 내려오다 항구에 들러 몇 장을 더 찍었다. 그래도 이미 해는 한참을 떠올라서 바다에서 해가 뜨는 멋진 모습을 잡진 못했다.

추위에 콧물 질질 흘려가며 한참을 기다렸는데 마지막 5분에서 이런 실수를 하다니...

추위에 벌벌 떨며 사진을 찍었지만 오랜만에 보는 일출이라서 기분은 아주 좋았다. 부지런을 좀 떨면 이렇게 좋은 장면들을 볼 수 있는데라는 생각도 좀 했다. 그런데 왜 난 일출 장면은 추운 겨울에만 찍고 싶어지는 건지 모르겠다.
예전에도 한겨울에 일출을 찍겠다고 대관령에 갔다가 영하 20도의 강추위를 만나 카메라가 얼어 버리는 일도 당했는데 말이다. 그 때 하도 추위에 떨어 "다시는 겨울에 일출을 찍지 않겠다"고 했는데 또 까먹었다.

날 좋은 봄, 여름, 가을 다 두고 하필 겨울이라니...

Flexaret VII으로 찍은 결과들인데 노출계가 없는 모델이라 외장 노출계로 측광했다. 문제는 이 노출계의 노출 측정이 정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번에 유선(작고 아주 가는 스프링, 노출계의 바늘을 움직이게 한다)이 끊어져 수리를 했던 놈인데 유선이 잘 정착되는 3~4개월 후 다시 노출을 조정해야 한다고 했었다.
잠깐 방심하고 그냥 썼는데 2/3 스텝 정도 틀린 것 같다. 수리 후에 수리점 사장님이 그 사실을 분명히 이야기해주었는데 그걸 생각 못하고 이렇게 그냥 쓰다니... 아마 그 동안 관용도가 좋은 네가티브 필름만을 써서 티가 나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사진의 색이 이렇게 이상한 것은 노출이 맞질 않아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Provia를 처음 써보는 것이라 이 필름의 원래 색이 어떤지 모르니 판단은 못 내리겠다. 아무튼 한 번 더 써봐야겠다. 2/3 스텝 보정해서...

쩝... Flexaret VII 뿐 아니라 중형에선 첫 포지티브 필름이었는데... 아쉽다.


(2006년 12월 2일 토요일, 경북 경주시 감포읍 등대 옆에서, Meopta Flexaret VII, Belar 80mm 3.5, Fujichrome Provia 100F / 12 Exp., CuFic Normal Film Scan, Adobe Lightroom 4.1 Beta에서 크기 변환)
(2006년 12월 2일 토요일, 경북 경주시 감포읍 등대 옆에서, Meopta Flexaret VII, Belar 80mm 3.5, Fujichrome Provia 100F / 12 Exp., CuFic Normal Film Scan, Adobe Lightroom 4.1 Beta에서 크기 변환)
(2006년 12월 2일 토요일, 경북 경주시 감포읍 항구에서, Meopta Flexaret VII, Belar 80mm 3.5, Fujichrome Provia 100F / 12 Exp., CuFic Normal Film Scan, Adobe Lightroom 4.1 Beta에서 크기 변환) Posted by Pic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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