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17일 수요일

나의 아버지

지난 일요일은 아버지의 칠순이셨다.

못난 자식들 때문에 제대로 잔치를 열어드리지도 못하고 가족들만 모여 점심 식사를 했다.
이리 생각하고 저리 생각해도 죄송하다.

긴 긴 세월 동안 나와 내 형제들을 위해 수고하셨는데, 이제 자식들이 뭔가 해드릴 때인데도 그렇게 하질 못하고 있다.

때로는 엄하게 때로는 한없는 사랑을 담아 길러 주셨다.
철없는 당신 자식들 때문에 마음 아파하신 일도 셀 수 없고 모자란 당신 자식들 때문에 상처받으신 일도 셀 수 없다.
늘 우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셨던 것 같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기대하시는 만큼을 채워드리고 싶었지만 내가 그렇게 했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늘 죄송하고 가슴 아팠다.

다른 집 자식들처럼 풍족하게 해드리진 못해도 늘 뭔가를 해드리고 싶다.
그리고 늘상 그러지 못하는 내 자신에 답답함을 느낀다.

내 자신이 결혼을 하고 "무한 책임"이 뭔지를 조금씩 알게 되면서부터 오랜 세월 동안 아버지께서 가족을 위해 희생하신 많은 일들이 하나 하나 기억난다. 아버지께서 가지셨던 많은 꿈들, 희망들이 가족들의 행복을 위해 없던 것으로 돌아가 버렸을 것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내가 지금 아버지의 젊은 시절보다 훨씬 더 풍족하게 살고 있음에도 모든 희망을 다 이루지 못하는데 아버지께서는 더 어려운 생활에 아주 많은 꿈들을 접어 놓으셨을 것이다. 그런 희생 위에 나와 내 형제들이 자랐는데 아직도 난 그 보답을 시작도 못하고 있다.
늘 죄송하고 마음 아픈 일인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니 더 견디기 힘들다.

살아오면서 아버지, 어머니께 한번도 살가운 표현을 한 기억이 없다.
늘 아버지, 어머니께서 주시는 사랑과 보살핌을 당연한 것으로만 생각했다.

만족스러워질 가능성은 전혀 없지만 이제라도 노력해야겠다.
이제라도 노력해야겠다.

(대체 왜 학교에선 이런 일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알려주지 않은 걸까? 혹시 다들 알고 있는데 나만 모르는 걸까?)


(2007년 1월 14일 일요일, 경기 수원 화춘옥에서, Sigma SD10, Sigma 24-70mm 2.8 EX DG Macro, Adobe Lightroom 4.1 Beta, Google Picasa2 흑백 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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