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10일 수요일

시퍼런 바다 앞에서

요즘 정말 정신이 없다. 능력이 모자라는 사람에게 프로젝트를 2개나 하라고 하니 정신이 없을 수 밖에...
내 능력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그렇고 개인 생활도 그렇고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더 부지런을 떨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니 나 자신에게도 짜증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불편을 주고 그런다.
반성해야하는데, 늘 반성하고 고치며 살아야 하는데 제대로 그러질 못하고 있다.

그나마 새해들어 계획으로 삼은 것들 중 한 가지만 계속하고 있다.
매일 매일 일기 쓰기.
이것이라도 올해 내내 계속해야 하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어찌되었건 일기라도 쓰니 매일 매일 자기 전에 하루를 돌아 볼 기회가 생긴다.

너무 너무 날씨가 좋은 날 바다를 보면 그 색이 어떻게 말로는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다. 그래서 사진이 필요하다. 내 눈으로 본 것을 오래 오래 기억하고 이야기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런 색의 바다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으면 날 돌아보게 된다. 저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잘 즐기며 살고 있는지. 저렇게 아름다운 장면을 즐길만한 행동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이래 저래 반성하는 것이긴 한데 문제는 그 반성이 그리 오래가질 못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망각의 동물이고, 까먹어야 정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가끔 "너무하네, 정말" 이라는 말이 튀어 나온다.

지난 연말부터 내가 가진 많은(?) 카메라들 중 두 세 개만 남기고 모두 정리-팔아버린다는 이야기-하고 있는데 어제 겨우 한 세트를 팔았다. Zeiss ikon Contaflex Super BC라는 기종인데 몇 일 고생하며 팔 가격을 낮춰 겨우 팔았다. 잘 팔리지도 않을 싸구려 카메라들을 왜 이리 많이 사모았는지...
집 사람 말이 맞는 것 같다.
정말 좋은 카메라 하나로 주구장창 오래 오래 쓰라는 말.
다 정리하고 정말 좋은 필름 카메라와 정말 마음에 드는 디지털 카메라 하나만 남기고 싶다.
그래야 그나마 떨어지는 사진 실력을 좀 변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어쩌면 앞으로도 쭈욱 "연습 중"이라고 말이다.
문제는 내가 이런 결심을 이번에만 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망각의 동물"인데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보면 이성적 사고 기능이 멈추는 특이한 현상을 경험하고 있어서 이런 결심을 오래 기억하기 힘들다.
그래도 다 정리하고 나면 마음은 편할 것 같다. 사진을 찍으러 나갈 때 뭘 들고 나갈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혹시 이런 생각... "아주 좋은" 카메라를 새로 사겠다는 의욕에 갖게 된 게 아닌지 의심한다. 나도 나 자신을 믿기 힘드니... 이거, 원...)


(2006년 12월 3일 일요일, 경북 울진 강구 항 부근, Nikon FM2, Nikkor 50mm 1.2, Kodak E100VS, Konica Minolta Scan Dual 4, Adobe Lightroom 4.1 Beta)

댓글 4개:

익명 :

장비가 적다고 쭈욱 연습중이어도 된다니... 헐~
그대 사진을 평가하려고 들지마. 좋건 나쁘건 훌륭하건 비루하건 자기 새끼임에는 틀림없거덩~~ ^^

Unknown :

인생이 연습인데 뭘... 또...

익명 :

사진을 보고 있으면 언제나...
놀러가고 싶당~~~ㅠㅠ;;

깨끗한 바다
맑은 하늘
이쁜 블루~~

Unknown :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늘 그래요... ^^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