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5일 화요일

이메일 서비스를 구글로 바꾼 이유.

사람들이 기억할지 모르겠는데 1년 전 쯤(기사를 검색해보니 2007년 8월 30일에서 31일까지) "꽃집으로 대외비 문서를 팩스로 보낸 얼빠진 경찰"에 대한 기사가 있었다. 내용을 간략하게 돌아보자면 네이버가 본사를 이전하면서 팩스 번호가 달라졌는데 일선 경찰서에서 사용하던 번호를 바꾸지 않아 지역 번호만 다른 꽃집으로 대외비 문서들이 4000에서 5000통 정도 날아 갔다는 것이다. 그런데 웃기는 건 그 내용이다. 아이디를 가지고 네이버 접속 정보나 개인 정보를 조회하는 내용이었던 것 같았는데 영장을 발부받아 그런 조회를 했다는 내용이 어디에도 없었다. 더더욱 웃기는 건 그런 조회가 적법한 절차를 통해 일어난 것인지를 알아본 기사가 없었다는 것이다. 대체 기자들을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내가 법을 모르니 뭐라 말하기는 힘들지만 내 상식으로는 아무리 수사를 받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에 대한 개인 정보를 그렇게 팩스 한 장으로 조회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말이다.


그 기사에서 더 알 수 있었던 것은 우리의 위대하신 네이버가 그런 요청을 잘 들어 줬었음이 거의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런 팩스가 2년 여동안 4000에서 5000통이나 날아갔지. 지역 번호만 다른 꽃집으로...


그 기사 덕에 난 그 동안 가지고 있던 국내 포털에 대한 신뢰가 한 순간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아무래도 이메일 서비스를 다른 곳으로 바꿔야 할 모양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천부적인 게으름으로 1년 동안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 사이 대통령이 바뀌고, 여당이 바뀌고 이런 저런 사건들이 지나면서 게으름을 넘어서는 필요가 생겼다. 시민들 누구나 감시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누구나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여러 가지 증거들이 속속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이런 문제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이 사회, 이 시대를 이해할 수가 없다. 이해 여부를 옆으로 돌려 놓더라도 짜증나는 일임에 틀림이 없다.


바꾼 대상을 구글로 한 이유는 단순하다. 얼마 전 "조중동 광고 압박"에 대한 뉴스를 읽다 보니 국내 포털들은 영장을 받아 관련자의 정보를 받았는데 구글은 영장을 받아 요청만 했다는 기사 때문이다. 적어도 영장을 받아 요청을 해야, 다시 말해 적법한 절차를 밟아 요구해야 개인 정보를 줄 것 같기 때문이다. 어차피 영장을 받아 요구를 하면 안 줄리는 만무하지만 그래도 "찍" 소리라도 하는 게 가상해서다. 모모 포털들 처럼 영장이 없어도 "좋은 게 좋은 거다" 식으로 "넵"하고 주지는 않을 것 같아서다. 이런 내 생각을 구글이 언제 쯤 깨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때 아니게 암호화, PKI 등등에 대한 글들을 읽게 된다.


국가, 사회에 대한 신뢰 상실은 도둑처럼 날 찾아 왔다. 어설프게도 그렇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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