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 19일 화요일

오랜만에 만난 친구.

 내가 어린 시절, 그러니까 아마 1980년대 초반쯤엔 지금의 서울에도 이 친구가 참 많았다.
여기 저기 물이 고인 곳이라면 당연히 살고 있었으니까.

내가 초등학교(물론 당시엔 국민학교)에 입학하기 전 몇 년과 입학한 후 몇 년을 서울 강남 도곡동(맞다! 뉴스에 많이 나오는 그 비싼 동네 맞다. 그런데 우리 집은 비싸지기 전에 이사했다!! 그리고 이사 간 동네는 오르질 않았다.)에 살았는데 그 당시 양재천 건너는 모두 밭이었다. 양재천 건너기 전의, 그러니까 지금 타워팰리스라는 아파트가 위용도 찬란하게 서있는 그 곳 역시 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친구들과 맨날 양재천에 가서 고기 잡고, 개구리 잡고하며 놀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눈물나게 그리운 시간들이다.
어느 날엔가 맘먹고 개구리를 잡아 구워먹기로 한 날이 있었는데 잠깐 친구들 몇 명이랑 논과 양재천을 돌아다니며 사냥한 결과 커다란 비닐 봉지로 하나 가득 채웠었다.
그걸 먹을 방법도 별로 없었으면서 그렇게 많이 잡다니...
아무튼 잠깐 잡아도 커다란 비닐 봉지를 채울 수 있을만큼 개구리는 흔하고 많았다.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분명 "구워먹기로"라는 말에만 관심을 갖는 사람이 있어서 꼭 더 해야하는 말이 있긴하다.
남자들은 아마 다들 경험도 있고 동감하기도 할 것이다.
남자들(애들이건 어른이건)은 이상하게 몇 명이 모이면 뭔가 평소에 하지 못할, 평소엔 상상하지도 않을 일을 계획하게되고 또, 그걸 서로 말하면 그 일을 진짜로 하게된다.
말하는 자신 역시 그 일이 싫은데도 불구하고 그냥 한다.
그 개구리 사냥을 한 날 우리는 아파트 뒷 산(이 산도 지금은 없어졌다)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그 개구리 중 달랑 2마리를 구웠다(사실 1마리인지 2마리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는다). 그리고 싫어하면서도 한 입씩 먹었다(음, 그냥 씹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려나...).

그게 이상하게도 같이 저지르지 않으면 배신자가 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아마 남자들이면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배신자가 되기 싫어서 싫은 일을 한 경험이...

우린 그렇게 익지도 않은 개구리 다리를 한 입씩 먹으며 서로 의형제같은 친구가 된 것이다.
삼국지의 도원결의나 우리의 개구리 결의나 그다지 다르지 않다.
한쪽은 멋지고 다른 한쪽은 웃겨서 그렇지...

뭐, 아무튼...

그렇게 많이 보이던 여러 친구들이 있었다.
앞에서 말한 개구리, 개구리와 함께 늘 같이 보이던 도롱룡, 그리고 물이 흐르는 곳에 있던 가재.
이제는 사는 곳 주변에서 이 중 누구도 볼 수가 없다.
그래서인지 요즘 아이들은 개구리를 구분할 줄 모른다.
무당개구리, 개구리, 청개구리를 구분할 줄 모른다. 본 적이 없어서 그렇단다.

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대체 뭐가 잘못됬길래 그렇게 흔하게 보고 가지고 놀던(!) 이 친구들이 서울에 나타나면 신문에 날만한 사건이 된 걸까.

환경 오염을 말하고 싶진 않다.
환경이 오염되면 어찌된다는 거 다 안다.
그리고 내가 지금 환경 가지고 싸우자는 거 아니니까.

내가 정말 슬픈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정말, 정말, 정말 슬픈 것은...

이 다음 내가 노인이 되고 지금의 아이들이 지금 내 나이가 됐을 때 개구리, 도롱룡, 가재를 잡던 이야기를 같이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같은 추억을 되새길 수 없다는 것이다.

하긴... 지금도 못하는데 뭘.


(2006년 9월 2일 토요일, 경기도 용인시 양지면 본가 마당, Jhagee Exakta Varex VX, Carl Zeiss Jena Tessar 50mm 2.8, Agfa CT Precisa 100 / 36 Exp., Konica Minolta Scan Dual 4) Posted by Pic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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