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 14일 목요일

기품 넘치는 연꽃이 아니라도 충분히 아름답다.

 본가 마당에는 작은 연못(?)이 하나 있다.
어머니께서 연꽃과 부레옥잠, 금붕어 등을 기르시는 작은 항아리이다.
떡시루나 콩나물 항아리 같은 넙적한 모양을 가진, 대부분의 화원에서 작은 연꽃을 넣고 기르기 위해 사용하는 그런 특별할 것 없는 항아리이다.

이 항아리에서 해마다 여름이 되면 작지만 기품 넘치고 위엄있는 연꽃이 피는데 작은 크기 때문에라도 여간 예쁘고 귀여운 게 아니다. 원래 연꽃을 피우기 위해 만들어진 항아리이니 이 연못의 주인공은 역시 연꽃이다. 게다가 주인공답게 연꽃이란 족속이 원래 가지고 태어나는 기품과 위엄은 그 크기가 작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기품과 위엄에 더해 "귀여움"도 가진다는 이야기다.

비록 주인공은 아니지만 연꽃과 함께 이 마당 연못을 채우는 식물은 바로 부레옥잠이다.
초등학교 시절(정확한지는 모르겠다) 물에 둥둥 떠다니며 뿌리를 내리고 물 속의 오염 물질을 정화시키는 이로운 식물이라고 배웠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어떻게 배우는지 모르겠다. 다만 얼마 전 봤던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의 다큐멘터리에서는 아프리카 호수의 골치덩어리라고 나왔다. 너무 빨리 자라고 번져서 원래 호수에 살던 아프리카 자생 생물을 죽게 한다고 한다. 그래서 아프리카에서는 이 부레옥잠을 없애기 위해 이런 저런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혹시 우리 나라에서도 골치덩어리로 전락하고 만 것인지...

어쨌든...

이 부레옥잠은 그 크기도 크기거니와 시커먼 뿌리로 인해 그다지 호감이 가는 놈이 아니다. 시커먼 뿌리를 조그만 어항 속에서 이리 저리 뻤고 있는 모습이 어떻게 보면 징그럽기도 하다.
게다가 서리가 내릴 때 제대로 덮어 주질 못하면 태생이 열대 식물이라 녹아 없어지는 것처럼 지저분하게 죽어서 연못을 보기 싫게 만든다.

한마디로 잘 살기는 하지만 사랑 받는 주인공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냥 연못 위의 잡초같은...

근데 이놈이 이렇게 예쁜 색의 꽃을 피운다.
마치 나 살아 있소하는 것처럼 당당하게 대를 올려 꽃을 피운다.

연못의 주인공은 연꽃이다. 원래 연꽃을 피우기 위해 그 자리에 연못을 만든 것이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주인공이 아니라도 연못을 아름답게 하는 부레옥잠이 있다.

충분히 아름답고 건강한 꽃이다.
촉망받는 우수한 사람이거나, 어마어마한 부잣집의 아들이나 딸이 아니라도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 사람인 것처럼 그렇게 충분히 아름답다.

어쩌면 연꽃보다 더.


(2006년 9월 2일 토요일, 경기도 용인시 양지면 본가 마당, Jhagee Exakta Varex VX, Carl Zeiss Jena Tessar 50mm 2.8, Agfa CT Precisa 100/36 Exp., Konica Minolta Scan Dual 4) Posted by Picasa

댓글 2개:

익명 :

참 글을 향기롭게 쓰시네요.
사진도 아름답고...
에세이라 불리워도 손색이 없는 듯 합니다.

Unknown :

감사합니다. ^^
잘 쓰는 글이 아니라서 칭찬을 들으니 민망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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