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 14일 목요일

행복한 외로움.

 지난 주말에 혼자 우음도라는 곳을 다녀왔다.
사진 클럽에서 좋은 풍경을 보여주는 곳이라는 말을 들어서 이리 저리 가는 길도 알아보고 해서 간 것인데 같이 가기로 한 사람이 펑크를 내 준 덕에 혼자 다녀오게 됐다. 결과적으로 혼자 간 게 더 좋았던 것 같다.

사실 우음도에는 들어가지 않고 우음도로 들어가는 길까지만 간 것이다. 우음도는 원래 말 그대로 진짜 섬이었는데 시화호를 개발하면서 육지가 된 곳이다. 그래서 예전부터 육지였던 땅에서 우음도를 들어가려면 전에는 갯펄이었을 곳에 생긴 길을 따라 들어가야 한다.

그 길을 따라 가다 길가에 심어놓은 코스모스를 봤다.
그냥 차를 세우고 찍었다. 별다른 준비도, 생각도 없이 그냥 찍었다. 바람이 함께 나오면 좋겠다고 바래기는 했는데 그걸 구체적으로 생각할 만큼 파인더를 오래 들여다 보지 않았던 것 같다.

 처음 도착해서 차에서 내릴 때까지는 주변에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한 시간 정도 지나니 다들 가버리고 이 넓은 곳에 바람과 나만 남았다. 가기 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650만평 정도 된다고 한다. 이 넓은 곳에 혼자 서서 카메라에 풍경을 담는 느낌이라니...

외로운데 행복하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하고 생각했다.

집에서 가지고 간 커피가 보온병에 있어서 따뜻한 커피 향도 즐길 수 있었다.
게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과잼을 발라서 가져간 빵은 어찌나 맛이 있던지...

 사람이 없는 곳에서 사는 일은 그렇게 바라는 일은 아니었는데 이번에 우음도에서 혼자 있어보니 - 물론 그래봐야 4시간도 채 안 되지만 - 좀 외롭게 사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겠다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영리도 이런 "행복한 외로움"을 좋아할지 모르겠다.
주변 사람들은 없더라도 영리는 같이 있어야 하니까 말이다.

바람이 불 때마다 저렇게 많은 풀들이 사라락 소리를 내주니 무섭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 바람이 내가 듣는 음악을 압도하지도 않아 고맙기도 하고.

이번 주말에도 또 가야겠다.
이번엔 사진 클럽의 아는 사람들도 함께 갈 생각이다.

이렇게 넓은 땅이 "놀고" 있는 꼴을 못보는 사람이 많은 나라니까 있을 때 무조건 많이 즐겨야지.


(2006년 9월 9일 토요일, 경기도 화성시 우음도 진입로 길가에 핀 코스모스, Sigma SD10, Sigma 12-24mm 4.5-5.6 EX DG)
(2006년 9월 9일 토요일, 경기도 화성시 우음도 진입로에서 서쪽 갯펄로 한참을 들어가서, Sigma SD10, Sigma 12-24mm 4.5-5.6 EX DG)
(2006년 9월 9일 토요일, 경기도 화성시 우음도 진입로에서 서쪽 갯펄로 한참을 들어가 다시 뒤에 두고 온 진입로를 보며, Sigma SD10, Sigma 12-24mm 4.5-5.6 EX DG) Posted by Picasa

댓글 2개:

익명 :

사진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우리나라의 풍경이라는 게 믿기지 않네요.
제목도 참 좋네요...

Unknown :

좋은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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