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17일 월요일

나른한 오후의 고궁 산책


(2008년 3월 16일 일요일, 서울 덕수궁, Nikon D300, AF Nikkor 20mm 2.8D)

날씨가 너무 좋아서 집에 있기 좀 민망해하고 있었는데 처형이 연락을 주셨다.
빈센트 반 고호의 작품전이 오늘 끝난다고...
그래서 급하게 준비해 서울 시립 미술관으로 나갔는데 우리처럼 생각한 사람들이 무진장 많았던지 입장객 줄이 시립 미술관에서 덕수궁 대한문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허허허...
그 덕에 길게 늘어선 줄을 잠시 바라보며 한숨을 쉬다가 그냥 포기했다.

잠깐동안 이걸 어쩌나하고 있다가 집사람이 아직 한 번도 덕수궁에 가본 적이 없다고 해서 덕수궁을 구경하기로 했다.
대학에 입학하며 서울에 올라온 집사람은 17년이나 서울에 살면서 아직도 안 가본 곳이 많다. 그래서 가끔 황당해 하는 경우가 있다. 당연히 가봤을 줄 알고 이야기하면 한 번도 가보질 못했다고 해서 말이다.


(2008년 3월 16일 일요일, 서울 덕수궁, Nikon D300, AF Nikkor 20mm 2.8D)

덕수궁에 들어가니 날씨가 좋아서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참 많았다.
경복궁처럼 화려하고 큰 규모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저런 건물들이 고궁으로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고 또 다른 궁궐에는 없는 석조전도 있고 해서 기분 좋게 산책을 했다.

산책을 하다보니 석조전에 있는 미술관에서 화가 최영림과 일본 화가인 무나카타 시코라는 사람의 작품을 함께 전시하고 있었다.
빈센트 반 고호전을 포기하고 온 터라 이거라도 보자하고 들어가서 구경을 했다.
약간 어두운 화면에 거친 질감의 그림들이 전시되고 있었는데 느낌이 좋았다.
하지만 총 4개의 전시실을 다니며 보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라서 중간 중간 쉬어야만 했다.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나도 그렇고 임신을 해서 몸이 무거운 집사람도 그렇고...

2층에 있는 예쁜 창 가에 벤치가 놓여 있어 봄 햇살을 즐기며 쉴 수 있어 좋았다.


(2008년 3월 16일 일요일, 서울 덕수궁, Nikon D300, AF Nikkor 20mm 2.8D)

창 살이 특이한 모양이라 창 밖을 보면서 창의 아름다움도 같이 즐길 수 있었다.
창으로 들어오는 오후의 게으른 햇빛도 함께.
게으른 부부에게 덕수궁 석조전이 주는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08년 3월 16일 일요일, 서울 덕수궁, Nikon D300, AF Nikkor 20mm 2.8D)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은 이렇게 바닥에 보기 좋은 그림을 그려주었다.
미술관에서 보는 빛은 좀 다른 느낌이었다.
왠지 더 아름다운 것 같다.
미술에 무식해서 더 그렇게 느끼는 지도 모르겠다.

이제 2달만 있으면 집사람의 뱃속에 있는 아이가 태어난다.
초음파 검사 결과 아들이라고 하는데 아이가 태어나면 한 동안 이런 여유는 느낄 기회가 없을 것 같다.
이리 저리 뛰어다니는 아들을 따라다니기에도 벅찰 것 같은데 태어나기 전에 열심히 여유를 만끽해야겠다. 태어나면 적어도 10년 후에나 이런 여유가 생길 것 같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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