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17일 월요일

잔디가 무슨 카펫이니?


(2008년 3월 17일 월요일, 서울 시청 앞 서울 광장, Nikon D300, AF Nikkor 20mm 2.8D)

2~3주 전부터 점심을 먹고 주변을 걸어 다니고 있다.
운동 겸 산책 겸 사진 찍기 시간인데 이걸 매일 하다보니 느끼는 게 조금씩 달라진다.
전에는 날씨의 변화나 식물들의 변화가 어느 순간 확 다가오곤 했는데 이제 매일 매일 조금씩, 죽을 힘을 다해 변하는 가로수나 풀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날씨가 좋아서 기분 좋게 걸음을 옮기고 있는데 서울 광장의 분수가 작동하는 게 보였다.
아마 더 이상 얼음이 얼지 않으니 작동을 시작한 모양이다.
시원하다고 표현하기는 좀 이르지만 분수가 작동하면서 물소리를 들으니 시원했다.

서울 광장엔 잔디를 깔고 있었다.
"아, 봄이 오니까 이제 잔디를 까는구나."하고 심드렁하게 지나려다 보니...
"아니, 작년에도 잔디는 있었잖아?"


(2008년 3월 17일 월요일, 서울 시청 앞 서울 광장, Nikon D300, AF Nikkor 20mm 2.8D)

허허허허허허...
이거야 원. 잔디도 살아있는 생명체인데 해마다 새로 깐단 말인가?
잘 살아갈 수 있게 관리를 할 생각은 안하고 겨울이 지날 때마다 그냥 새로 깔아?
무슨 카펫 새로 까는 것도 아니고...
이럴 거면 그냥 인조 잔디를 깔지.


(2008년 3월 17일 월요일, 서울 시청 앞 서울 광장, Nikon D300, AF Nikkor 20mm 2.8D)

서울 광장에 깔릴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돌돌 말린 잔디 "카펫"들.
가만히 생각하니 이게 우리의 자화상이다.
생명이건 뭐건 그냥 경제성이나 비용만 생각하면 땡인...

하긴 뭘 바라겠는가.
전봇대의 전선을 가린다고 전봇대를 옮기는 게 아니라 가로수를 잘라버리는 나라에서.

사람의 생명을, 인권을 생각하는 사회라면 "생명"을 가진 다른 생물에게도 관심과 사랑이 있을텐데 사람의 생명 지키기도 못하는 나라이니 자기 목숨 지키기에도 바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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