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17일 월요일
잔디가 무슨 카펫이니?
2~3주 전부터 점심을 먹고 주변을 걸어 다니고 있다.
운동 겸 산책 겸 사진 찍기 시간인데 이걸 매일 하다보니 느끼는 게 조금씩 달라진다.
전에는 날씨의 변화나 식물들의 변화가 어느 순간 확 다가오곤 했는데 이제 매일 매일 조금씩, 죽을 힘을 다해 변하는 가로수나 풀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날씨가 좋아서 기분 좋게 걸음을 옮기고 있는데 서울 광장의 분수가 작동하는 게 보였다.
아마 더 이상 얼음이 얼지 않으니 작동을 시작한 모양이다.
시원하다고 표현하기는 좀 이르지만 분수가 작동하면서 물소리를 들으니 시원했다.
서울 광장엔 잔디를 깔고 있었다.
"아, 봄이 오니까 이제 잔디를 까는구나."하고 심드렁하게 지나려다 보니...
"아니, 작년에도 잔디는 있었잖아?"
허허허허허허...
이거야 원. 잔디도 살아있는 생명체인데 해마다 새로 깐단 말인가?
잘 살아갈 수 있게 관리를 할 생각은 안하고 겨울이 지날 때마다 그냥 새로 깔아?
무슨 카펫 새로 까는 것도 아니고...
이럴 거면 그냥 인조 잔디를 깔지.
서울 광장에 깔릴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돌돌 말린 잔디 "카펫"들.
가만히 생각하니 이게 우리의 자화상이다.
생명이건 뭐건 그냥 경제성이나 비용만 생각하면 땡인...
하긴 뭘 바라겠는가.
전봇대의 전선을 가린다고 전봇대를 옮기는 게 아니라 가로수를 잘라버리는 나라에서.
사람의 생명을, 인권을 생각하는 사회라면 "생명"을 가진 다른 생물에게도 관심과 사랑이 있을텐데 사람의 생명 지키기도 못하는 나라이니 자기 목숨 지키기에도 바쁜가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