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30일 월요일

저 곳에도 편지가 올까?

 어릴 때부터 알던 친구와 사진을 찍으러 다녀왔다.
원래 가려고 목표로 잡은 곳은 설악산 백담사인데 가는 길에 아침 안개가 예쁜 강변이 보여 잠깐 서서 찍은 사진이다.
좀 일찍 갔으면 아침 안개도 찍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해가 뜨면서 안개가 사라지는 와중에 지나던 길이라 안개는 찍질 못했다.
안개가 있었다면 더 좋은 사진을 찍었을 것 같지만... 내 실력에 안개가 있다고 사진이 더 좋아지진 않았을 거란 정직한 말도 하긴 해야겠다.

아무튼...

강변에 조그만 섬이 하나 있었고 그 섬에 가려면 작은 배를 저어서 가야하는 걸로 보였다.
그 작은 섬의 이름은 모르겠는데 그 섬에 누군가 집을 짓고 사는 모양이다. 선착장에 저런 우편함이 있는 걸 보면 말이다.
강변에 예쁘게 서있는 작은 우편함.
저 섬에 누군가 편지 오길 기다리며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표시다.

평소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저런 표지가 곳곳에 있다는 걸 우리는 안다.
태가 나지 않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을 주는 여러 가지 일들이 우리들 사이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누군가 치워 준 내 책상 밑 쓰레기통에서 누군가 채워 준 정수기 위의 물통까지.

태가 나지 않고 생색을 내지도 않으며 거기 있다고 비명을 지르지 않아도 늘 있는 "그 것들" 덕에 우리 삶이 풍요로워 진다는 걸 느낀다.
참 고맙다.


(2006년 10월 21일 토요일, 경기도 양평 한강변, Kiev-6c, Vega-12B 90mm 2.8, Kodak Portra 160NC / 12 Exp. / 2006-07, CuFic Normal Film Scan) Posted by Picasa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