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12일 목요일

같은 장소, 전혀 다른 분위기.

지난 주말 이런 핑계 저런 핑계로 대관령을 또 다녀왔다.

제일 큰 핑계는 아내의 전화기를 새말에 있는 막국수 집에 놓고 왔기 때문에 그 걸 찾으러 가자는 것이었다.

먼저 번에 부모님 모시고 갔을 때 그 집에서 식사를 하고 왠 일인지 전화를 놓고 온 모양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집에 놓고 왔다는 것을 기억했기 때문에 전화를 해서 찾으러 갈 수 있다는 것.

뭐, 아무튼 오랜만에 "바쁘디 바쁜" 집사람과 둘만 여행을 갔다.

대관령 삼양 목장은 지난 번에 친구와 함께 사진을 찍으러 갔었던 곳이다. 그 때는 구름이 많아 풍경이 참 좋았는데 이번엔 그냥 심심했다.
높은 곳에서 새파란 하늘을 보는 것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구름이 많고 그 구름이 코 앞의 산을 넘어가는 드라마틱한 풍경보다는 그 재미가 덜했다. 물론 사진 찍는 재미도 덜했고.

그래도 같은 장소에 또 가는 건 좋은 경험이다.
같은 날씨가 아니라서 더 좋다. 느낌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집사람은 그런 흐린 날씨의 대관령 삼양 목장을 본 적이 없으니 나와는 좀 다르겠지만 난 이전의 풍경과 비교하며 그럭 저럭 어떤 풍경이 더 좋은 느낌의 사진을 주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장소는 변함이 없는데 날씨와 시간과 빛에 따라 다른 느낌을 얻을 수 있는 것. 그리고 그런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것. 행복한 일이다.
그런 장소들이 많아지면 많아질 수록 두 가지 생각을 더 자주 떠올린다.
하나는 내가 점점 나이가 많아진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나이가 많아지면 추억할 것이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장소보다는 과거에 갔던 곳, 추억이 있는 곳에 한 번이라도 더 가 보나 보다.
그래야 추억과 오늘을 비교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사람도 그런 것 같다.
알던 사람, 잘 안다고 생각한 사람의 새로운 모습을 보는 것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
알던 사람과 나 사이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다시 꺼내 볼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 추억 속의 그 사람과 그 사람이 "오늘" 보여준 새로운 모습.
둘이 모여야 행복하다.
과거의 추억만 남아 있거나 오늘 새로 만난 사람에게서는 그런 행복이 없다.
물론 마음이 맞는 사람을 새로 사귀게 되면 그 것은 큰 "기쁨"이다.

하지만 기쁨은 그냥 기쁨인 것이고 기쁨이 행복이 되진 않는다.
둘 다, 기쁨이건 행복이건 다 좋은 것이지만 다르다. 다른 느낌이다.

늘 함께 생활하는 아내의 새로운 모습을 보는 일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나의 새로운 모습도 더 많이 보여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내의 과거를 더 많이 추억하고 아내의 오늘을 더 많이 기뻐해야겠다.
그래서 더 행복해져야지.


(2006년 10월 7일 토요일, 강원도 횡계 대관령 삼양 목장 전망대 부근, Sigma SD10, Sigma 12-24mm EX DG) Posted by Pic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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