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31일 화요일

저 바지들의 주인은 어디에 있을까?

 요즘 부쩍 자주 보는 친구와 토요일 하루를 서울 시내 미술관 순례를 하기로 했다.
평소 아침 일찍 약속을 잡으면 약속한 시간에 일어나는 일이 잦은 친구라 별 기대 없이 나갔는데 역시나 이날도 약속한 인사동 초입에서 전화하니 그 때 일어났단다. 허허허... 천천히 준비하고 나오라 하고 인사동을 왔다 갔다 하며 이런 저런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이공계열의 학교를 나온 사람에게 인사동은 그리 친근한 장소가 아니다.
아니... 서울 시내에서 학교를 나오지 않은 내게 인사동은 그리 친근한 장소가 아니다. 그래서 인사동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조선극장이라는 극장의 터라고 한다.
최초의 연극, 영화 극장이라고 하는데 불이 나서 남아 있지는 않은 모양이다.

아무튼 그 조선극장 터가 좀 조용해 보여 그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이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분명 잘 빨아서 말리는 바지로 보였는데 주인은 부근에 없는 것 같았다.
무슨 사정이 있어 저 곳에 저렇게 바지를 널어 말리는지 알 길은 없지만 짐작컨데 집이 없는 사람의 물건이 아닌가 한다.

사진을 찍고도 한참을 조선극장 터에 있었지만 바지의 주인으로 생각되는 사람은 나타나질 않았다.
하긴...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보였다고 한들 내가 뭘 어찌했겠냐마는...

사진 찍으며 그냥 빌었다.
"노숙자의 바지라면 오늘 하루라도 배고픔이 없는 운수 좋은 날이 되길..."


(2006년 10월 28일 토요일, 서울 인사동 조선극장 터, Kiev-6c, Vega-12B 90mm 2.8, Kodak Portra 160VC / 24 Exp. / 2005-11, CuFic Normal Film Scan) Posted by Picasa

댓글 4개:

익명 :

저도 인사동에 몇번가봤는데 이런데가 있는지 몰랐네요^^강책임님사진볼때마다 느끼는거지만 구도가 참좋은거같아요^^

Unknown :

저도 처음 알았어요. ^^

죄송합니다... 옆구리 찔러 코맨트 남겨달라고 강요해서요... ㅜㅜ;;;

익명 :

흠...똑같은 곳을 제가 찍었으면 세상에 이런 일이 였을텐데 용재씨가 찍어놓으니까 근사한 작품이 되네요! 사진이 참 재밌어요.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 같아서요.^^

Unknown :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전 아직도 궁금해요... 저 바지의 주인이... ^^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