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30일 월요일

사진으로 단풍 맛보기.

 백담사에 들렀다가 내려오는 길에 찍은 사진이다. 이날 찍은 사진들 중 이 사진이 제일 마음에 든다.

길에서 조금 떨어져있는 곳에 있던 잎인데 백담사와 국립 공원 입구를 왕복하는 셔틀 버스를 피하려고 길가에 비켜 섰다가 보고 반가워하며 찍었다.

단풍철에, 또 평소에 백담사에 가본 사람은 알텐데 백담사는 특이하게도 국립 공원 안쪽으로 일반 차량이 들어가지 못한다. 국립 공원 경계 밖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들어가서 입구 안쪽에서 백담사로 가는 작은 버스를 타야 한다.
물론 이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가도 된다.
이날 우리가 그렇게 걸어 들어갔다.

그러나...

걸어들어가면 수도 없이 왔다 갔다 하는 버스의 먼지와 매연을 견뎌야 한다.
자연 보호를 위해 일반 차량을 통제하는 건 알겠는데 그렇다면 버스도 매연이 생기지 않는 전기차 같은 걸로 운영하지 왜 매연 많이 나오는 디젤 버스를 쓰는지 모르겠다.
전기차로 운영하면 참 좋을 것 같은데...

친구와 이런 저런 사진을 찍으며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좀 아쉬워하기도 하고 좀 짜증도 내면서 말이다.

 이 사진은 백담사의 일주문 앞의 숲에서 찍은 것이다. 백담사의 일주문은 절의 본체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서 일주문을 보면 절에 다 왔다고 할 수 있다. 일주문이 보이고 친구와 조금 숨을 돌리며 주변을 보니 그 때까지 보지 못한 아주 빨간 단풍이 눈에 띄어 히히낙낙하며 찍었다.

이 사진을 찍기 위해 같이 간 친구와 나는 길에서 한 10걸음 정도 떨어진 숲에 들어가서 머리를 뒤로 눕혀 하늘을 한참 처야 봐야 했다. 그 친구 말이 참 오랜만에 사진 찍겠다고 자리를 옮기며 구도를 잡는단다. 오래 사진을 찍은 친구라 "사진 찍기"에 특별함을 부여하지 않아서 그런 모양이다. 특별하지 않은, 일상에서 편안한 "사진 찍기"라... 난 언제 그런 경지에 오를런지...

 백담사에서 내려오면서 찍은 사진이다. 길을 내기 위해 깎아낸 곳에 있던 작은 나무였는데 이상하게 올라가는 길엔 보질 못했다.
이렇게 이쁜 색을 보이며 "찍어줘~"하고 있는데 말이다.
한 번 본 곳이라도 계속 찾아가면 새로운 모습이 보인다는 게 아마 이런 것인 모양이다. 그래서 한 곳을 몇 년씩 다니는 사진 고수들의 사진에 늘 새로움이 있는 모양이다.

 국립 공원 입구에서 백담사로 오르는 길은 거의 계속해서 아주 아름다운 계곡을 끼고 나 있다. 과거에 전 모씨가 이 절에 있었던 덕에 시멘트 포장까지 된 길이다(하여간 그 사람은 여러 가지로 마음에 안든다. 이 산 속, 그것도 국립 공원 속 산길에 시멘트 포장이라니!).
계곡이 깊으니 바람도 거의 일정하게 부는 모양이라 계곡을 따라 가다보면 여러 곳에 가면 이렇게 낙엽이 모여있는 데가 있다.
올 가을은 가물어서 단풍이 예쁘지 않다고들 하는데 그래도 이런 낙엽들이 모여있는 것을 보면 그 말이 다 맞는 것은 아닌가 보다.

가을은 역시 쌓여 있는 낙엽이 있어야 한다.


(2006년 10월 21일 토요일, 강원도 설악산 백담사 계곡, Kiev-6c, Vega-12B 90mm 2.8, Konica Minolta Centuria 100 / 12 Exp., CuFic Normal Film Scan) Posted by Picasa

댓글 5개:

익명 :

자연이 만들어 내는 색은 정말 신기하기만 하네요..ㅎㅎ 저도 처음에 있는 사진이 제일 좋네요..어떻게 저런 색이 나올수 있을까...

Unknown :

감사합니다. ^^

익명 :

감사하긴요^^ 뽀샵인거 같은데 ㅋㅋ

익명 :

우와 드뎌 뽀샵질의 효과를 낸 듯한 사진을 찍는 데까진 도달한고얌?

Unknown :

푸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런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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