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7일 월요일

익숙한 것, 변화하는 것.

오래 전부터 다니던 양평의 까페가 하나 있다.

내가 대학원에 다니던 시절부터 다녔으니 이제 얼추 8년은 족히 된 모양이다.

원래 화가이던 분이 운영하시던 곳인데 이제 그 분은 계시지 않는다.

대학원 시절부터 지금까지면 실은 내가 사회로 나와 이런 저런 모험을 하던 시기와 맡 물리는 시기라 내가 고민하거나 열광하거나 또는 사랑하던 사건들에 이 까페가 꼭 등장한다.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혼자 가서 종일 있었던 적도 있고 좋아하던 프로그램을 완성하기 위해 종일 머므르기도 했다.

친한 친구와 회사를 한다고 했다가 말아먹으며 둘이 술을 마시며 한탄을 하던 곳도 이 까페였다.

제일 많았던 사건은 역시 연애와 관련된 사건들인데 누굴 좋아하게 되면 이 곳에 꼭 데리고 가서 함께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집사람에게 처음 좋아한다는 말을 한 곳도 이곳이다.

한마디로 내겐 참 특별한 곳이다.

쭉 처음부터 뵜던 화가 아저씨가 운영을 하셨는데 어느 시기엔가 주인이 바뀌었다.
그리고 약간의 변화도 생겼고...
사진에 보이는 것 처럼 조금 세련된 장식도 생기고 멍석이 깔리던 야외는 잘 만들어진 지붕에 깔끔한 장판도 깔렸다.
더 편해진 것인데 그걸 보는 내 마음이 아주 편한 건 아니였다.
그 변화를 거부할 수 없으니 그대로 받아들이고 또 찾아 간다. 그래도 그 장소가 가진 의미가 달라지지는 않으니까...

맛있는 음식, 괜찮은 안주에 술 한잔이 사람과 사람을 얼마나 금방 친해지게 하는지는 다들 알 것이다.
함께 먹고 마시며 웃고 이야기하는 일들이 새로운 사람에 대한 경계를 허물어 주니 말이다.

어제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이곳에서 식사를 함께 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직접 아는 사람도, 이해 관계가 얽힌 사람도, 꼭 친해져야 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선의를 가진 사람과 그 사람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알 기회가 마련된다는 건 늘 기분 좋은 일이다.
마치 청소를 금방 끝낸 후 찾아오는 후련함과 피곤함 같은...

익숙한 메뉴에 크게 바뀌지 않는 맛을 열정이 있던 시절 즐겁게 들었던 음악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참 좋다.
그리고 그 곳에 함께 갈 새로운 사람들이 있어서 참 좋다.


(2006년 8월 6일 일요일,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연수2리 Yesterday, Sigma SD10, Sigma 24-70mm 2.8 EX DG Macro) Posted by Pic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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