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30일 수요일

특이한, 특별하지 않은, 친근한, 어이없지 않은.

 이 친구, 사이버다임에서 일할 때 만난 친구이다. 친구라고 하면 이 녀석이 어떻게 반응할 지 모르겠는데 나이는 한 6년 정도 차이가 난다. 물론 내가 더 많다.
이 글의 제목을 보면 알겠지만 특이한 녀석이다.
군대를 다녀오지 않아 남자들이 군대에서 만들어 오는 편견이나 악습이 없다.
혼자 노는 것도 참 잘하고(군대 다녀 온 사람은 안다. 2년 남짓한 젊은 시절 동안 철저히 집단으로만 논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 습관인지) 뭔가를 하겠다고 생각하면 계획을 세워서 차근 차근 잘하는 편이다(이것 역시 그렇다. 군대는 기본적으로 상명하복의 수동적 집단이니 말이다).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데도 말이다.
장난 좋아하고 화 안내고 사람들과 잘 지내고, 농담을 진담처럼 하고...

이 정도 이야기하면 어떤 성격의 사람인지 알 것이다. 귀여운데 싫어지지는 않는, 건방진데 밉지는 않은, 특별히 같이 뭘 하진 않아도 같이 있으면 재밌는, 그래, 그런 사람이다.

이 녀석과 친하게 된 이유는 2가지이다. 첫째가 담배, 둘째가 사진이다.
요즘 어느 사무실이나 그렇지만 담배를 피우려면 건물 1층으로 가거나 비상 계단으로 가야했는데 당시엔 나도 피우고 이 친구도 피우고(물론 다른 사람들도 많이 폈다) 해서 같이 담배를 피우러 자주 다녔다. 남자던 여자던 담배를 같이 피우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니 당연히 친해진다.

그래서 사진도 함께 찍게 됐다.
이 친구의 사진 찍기는 순전히 내가 바람을 넣은 것이나 다름 없다.
같이 담배를 피우면서 사진 찍기의 즐거움에 대해 참 많이도 이야기를 했다. 그 덕에 이제 자기 카메라도 있고 뭔가를 찍어 남기고 싶어하는 마음도 가지게 되었다.

처음 만나면 "뭐 이런 사람이 다있나" 싶은 사람이 꼭 있다.
이 친구가 그랬다. 이 친구의 그런 첫 인상 때문에 이 친구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 녀석에 대한 반응은 딱 두 가지다. 아주 좋아하거나 아주 싫어하거나.
난 첫 번째 반응이고 또 다른 사람들은 두 번째인 경우도 있다.

이 친구 덕에 난 첫 인상보다 그 사람 자체를 봐야한다는 걸 배웠다.
내가 이 친구의 첫 인상에 머물렀다면 함께 사진을 찍는 즐거움도, 함께 담배를 피우는 즐거움도, 같이 농담을 하는 즐거움도 갖지 못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특이하고 친화력 강하고 의외의 생각으로 주변을 놀라게 하며 차근 차근 준비해 뭔가를 이뤄가는 이 녀석을 "친구"라고 부를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친구의 의외성은 늘 즐겁다.
내가 또 다른 사람에게 그런 느낌이길 원한다.


(2006년 8월 19일 토요일, 강원도 횡계 구 대관령 휴계소 진입로에서, Sigma SD10, Sigma 70-300mm APO DG Macro) Posted by Picasa

댓글 2개:

익명 :

이 사람 누군지 잘생겼네
지적이구~ 야 very good~~

Unknown :

음...
계속 이런 식이면... 사진을 내려버리겠어...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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