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14일 월요일

술 취한 날, 혼자 술에 취한 날.

얼마 전에 술에 취해 종로에서 남산까지 헤메고 다닌 일이 있다.

낮에 회사에서 내 능력의 한계를 너무 크게 절감하고 낙담하고 있는데 저녁에 술을 먹기로 한 약속은 펑크나고 만나자고 전화한 친구는 바쁘다고 하고...

마지막엔 집사람마저 약속이 있어 함께 있질 못했다.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국 혼자 술을 먹었다. 하긴 술 먹고 싶은데 무슨 핑계가 필요할까 싶긴 하지만...
예전엔 혼자 술을 먹은 적이 참 많았는데 결혼을 한 이후로는 처음이다. 늘 함께 할 사람이 있다는 것, 늘 든든한 빽이 있다는 것이 그렇게 다르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하고 나니... 친구없는 왕따같다. 사실 왕따까지는 아닌데... 친구들 중 다수가 해외에 살고 있다뿐이지.

종로를 헤메고 다니다 결국 고른 곳은 매운 족발을 파는 집이었다. 썰렁한 마음을 달래보려고 제일 매운 족발을 시켰는데 먹느라 고생 좀 했다.

게다가 에어콘은 어찌나 세게 나오던지...

술을 먹고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는데 어찌 보면 술을 먹지 않고 찍은 사진보다 이게 더 좋은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그래도 집사람이 함께 집에 가자고 해서 종로에서 남산까지 아내를 만나기 위해 걸어가며 남긴 사진이 있어서 이거 하나는 건진 것 같다.

슬픈 날, 술 먹고, 혼자 걸어 다니며 사진을 찍는 일은 너무 슬프다.


무척 힘들고 슬픈 날이었는데 지나고 나니 술 안주의 맛만 기억난다. 이런 기억이 더 남는 걸 보면 아직도 어린 모양이다.


(2006년 7월 19일 수요일, 매운 족발집 내 술상, Nikon FM2, Nikon Nikkor MF 28mm 3.5, TMax 100 / 36 Exp., Konica Minolta Scan Dual 4)
(2006년 7월 19일 수요일, 백병원 앞에서 본 남산, Nikon FM2, Nikon Nikkor MF 50mm 1.2, TMax 100 / 36 Exp., Konica Minolta Scan Dual 4)
(2006년 7월 19일 수요일, 서울 유스호스텔 앞 굴다리, Nikon FM2, Nikon Nikkor MF 50mm 1.2, TMax 100 / 36 Exp., Konica Minolta Scan Dual 4)
(2006년 7월 19일 수요일, 서울 에니메이션 센터 주차장, Nikon FM2, Nikon Nikkor MF 50mm 1.2, TMax 100 / 36 Exp., Konica Minolta Scan Dual 4) Posted by Picasa

댓글 2개:

익명 :

난...저 남산앞에서 찍은 사진이 좋다. 꼭..웬지 70년대 사진같아. 웬지 그리운..

Unknown :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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