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9일 목요일

사라진 학교의 추억. 쓸쓸함. 부러움.

 간혹 계획에 없이 어딘가를 가고 싶을 때 자주 가는 곳이 양평인데 양평에서도 유명산을 일주하는 도로를 제일 즐긴다.
이 도로는 이런 저런 까페가 많은 곳을 다 지나고 비포장 도로를 달려야 가는 곳이라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은 아니다.
덕분에 그나마 조용히 산을 볼 수 있다. 물론 정말 조용히 산을 보고 싶다면 걸어서 산 속으로 들어가면 된다는 걸 알지만 나처럼 게으른 사람이 그러기는 정말 힘든일이고...

그 길을 쭉 가다보면 유명산 속의 용천리라는 마을이 나온다.
지금은 펜션들이 워낙 많아져서 그곳에도 집들이 아주 많아졌다.
그래도 아직 비포장 도로로 움직여야 하는 곳이니 나름대로 오지라면 오지다.
그곳에 가면 1994년에 폐교되어 없어진 초등학교 터가 하나 있다. 옥천초등학교 갈현 분교 터라고 하는 데 지금은 건물도 남아 있지 않다.
남은 것이라고는 사진에서 보이는 교문 기둥, 그네, 작은 건물 하나가 다이다.

교문 기둥 옆에 보면 그곳이 학교 터였다는 사실과 그 학교를 처음 만들었을 때 사정 등을 적은 작은 비가 서있다.

 스산한 바람이 불 때 이곳에 서있으면 그렇게 마음이 슬프다.
건물도, 사람도 지나가 버리면 이렇게 아무 것도 남지 않는구나 싶어서 말이다.
폐교된 후 겨우 12년이 지났는데 운동장 자리엔 길이 나고 잡초가 무성해졌다.

"기념비"에 적힌 글을 보면 1950년 대에 몇 사람의 부지 희사로 지어진 학교에서 100명이 못되는 졸업생을 배출한 것으로 나와있다.
얼마나 조용하고, 서로 잘 아는 시절이었을지 짐작된다.
40년 동안 100명이 못되는 졸업생이라니...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한반에만 50명 쯤의 학생이 있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이렇게 작은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은 참 부럽다.
학교와 관련된, 학교를 함께 다닌, 학교 주변의 모든 풍경이 온전히 "추억"으로 남아 있을테니 말이다.

부럽다.


(2006년 11월 4일 토요일,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용천리 유명산 일주 도로 변 옥천초등학교 갈현분교 터에서, Kiev-6c, Vega-12B 90mm 2.8, Konica Minolta Centuria 100 / 12 Exp., CuFic Normal Film Scan) Posted by Picasa

댓글 2개:

익명 :

마른 수풀의 색감의 참 묘하네요. 겨울나무들은 다 회갈색인줄만 알았는데 여기 사진으로 보니까 몰랐던 고운 색들이 많이 숨어 있네요. 두 번째 사진은 심지어 푹신해보이기까지...누군가 쑥 나올것 같아서 조금 무섭긴 하지만요. ㅎㅎ

Unknown :

침침하고 스산한 게 좀 그렇죠?...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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