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29일 수요일

오래 두고 사귈 벗.

 얼마 전 내 생일이 지나갔다.
내겐 생일이라고 해봐야 특별할 것 없는 날인데 주변이 오히려 더 많이 축하해주신다.
특히 아버지, 어머니께서 그러신다. 오히려 날 태어나게 해주신 걸 감사드려야 하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더 죄송하기도 하고 그렇다.
이번 생일엔 특별한 선물이 들어왔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사주신 Meopta Flexaret VII라는 카메라이다.
옆에 보이는 이 카메라인데 내가 태어난 1971년에 생산이 중단된 카메라이다.

그러니까 이 카메라가 생산 중단되면서 내가 태어난 것으로 보면 나름 개인적인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체코 슬로바키아 시절에 만들어진 카메라인데 이 체코 슬로바키아가 이제는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갈라진 후라 같은 나라가 아니다. 내가 가진 카메라는 eBay를 통해 슬로바키아에 있는 판매자에게 구입한 것이다.

물론 돈은 아버지, 어머니께서 주셨고 구입은 내가 했다.
원래 아버지, 어머니께서는 필름을 사서 원없이 찍어보라고 하셨는데 부모님께서 주신 "소중한" 돈을 그냥 소모할 필름을 사는데 쓰기가 좀 머뭇거려져서 고심하다가 오래 두고 쓸만한, 오래두고 써도 고장나지 않을만한 카메라를 골랐다.
2주 전 쯤, 내 생일이 지난 후에 주문했던 것을 지난 주에 받았다.
개인적인 의미가 있는 물건이라 조바심치며 많이 기다렸다.

체코 슬로바키아가 원래 전통적으로 기계 공업적 전통을 가지고 있는 나라라서 그런지 카메라는 마음에 들게 튼튼했다. 러시아를 포함해 동구권에서 만든 카메라는 그리 정밀하지 못한 편이라 좀 불안했는데 불안해하지 않아도 될만하다.
전체적으로 정밀하고 마무리도 좋은 편이다.

개인적인 의미(부모님께서 주신 선물이라는 것과 내가 태어난 해에 생산 중단된 모델이라는 점)가 있어서 앞으로 오랫동안 가지고 사용할 것 같다. 노출계도 없는 모델이라 특별히 고장날 곳도 없고 고장이 난다고 해도 쉽게 수리가 가능할 것 같다.

오래 오래 사용하고 싶다.

 이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다.
마음에 든다.
앞으로 더 많이 찍어봐야겠지만 싱글 코팅 렌즈라 그런지 흑백에 더 좋을 것 같다.

이제 중형도 정리를 할 시기인가 보다.
그래봐야 달랑 두 대지만 그래서 더 늘기 전에 정리를 해야할 필요가 느껴진다.
 본가에 갔다가 베란다에서 말라가는 화분을 찍었다.
흑백 필름이라 관용도가 좋아서 그런지 약간 맛이 간 노출계로 노출값을 측정했는데도 사진이 봐줄만 하다.

이제 내 사진 실력만 늘리면 된다.

허허허허... 내 사진 실력만 문제다.



(eBay.com의 판매자 Cupog Collectible Cameras의 사진, Copyright (C) 2006 Cupog Collectible Cameras)
(2006년 11월 25일 토요일, 서울 충무로 영락 교회에서, Meopta Flexaret VII, Belar 80mm 3.5, Ilford Delta 100 Professional / 12 Exp., CuFic Normal Film Scan, Adobe Lightroom 4.1 Beta 조정 / 흑백 변환 / 크기 변환)
(2006년 11월 26일 일요일, 경기도 용인시 양지 본가 베란다, Meopta Flexaret VII, Belar 80mm 3.5, Ilford Delta 100 Professional / 12 Exp., CuFic Normal Film Scan, Adobe Lightroom 4.1 Beta 조정 / 흑백 변환 / 크기 변환) Posted by Pic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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