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19일 일요일

빛 좋은 날 아무도 오지 않는 기차역에서.

 아무도 찾지 않는 기차역이다. 역무원도 없고 벽에 붙은 시간표를 보면 하루에 딱 2번 기차가 설 뿐이다.
선로에 서서 앞뒤를 살펴봐도 기차가 정말 다니는지 알 수 없다.
언젠가는 여러 사람들이 타고 내렸던 곳일텐데 지금은 이렇게 빛좋은 날에도 창고처럼 박스들이 쌓여있을뿐이다.
아무도 떠나지 않고 아무도 오지 않는 역엔 저렇게 빛들만이 잔치를 벌인다.

친구들과 특별히 어딜 가겠다고 정하지 않고 그저 "정선"에 가보자고 떠난 여행에서 들렀다.
정선에서 사북으로 가는 길가에 있는 "별어곡"이라는 역인데 이름이 특별해서인지 가끔 그 앞을 지날 때 목적없이 들러보는 곳이다.
사북, 태백에서 석탄이 많이 나던 시절엔 이 기차역을 지나던 기차가 많았을 것 같다.
지금은 기차가 많이 다니지 않아서인지 역 바로 뒤에 큰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있다. 그나마 시행사의 부도로 건설사가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생뚱맞은 팻말이 서있다.

강원랜드 앞에 가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가고 밤이 되도 불이 꺼지질 않는데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고 그런 것을 만든 그 "지역"은 이렇게 조용하다.
누가 누구를 위해 준비한 잔치판인지 모르겠다.

언제 시간을 내서 종일 이 역에 머물러 보고 싶다. 기차가 지나가는 걸 보고 싶다.


(2006년 11월 18일 토요일, 강원도 정선 사북 별어곡역에서, Sigma SD10, Sigma 50mm 2.8 EX DG Macro, Adobe Lightroom 4.1 Beta) Posted by Picasa

댓글 2개:

익명 :

이 사진 멋져요! 어딘지 순정만화스러운 한 컷이랄까...^^

Unknown :

^^
저 빛을 받으며 캔디가 창 밖을 보고 있으면 딱이겠는데요...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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